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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부 작품을 빼라고 했는지는 지금도 정확하게 알지 못해요. 그저 수년 전 일어난 ‘백지 시위’를 연상시켜 그러지 않았을까 짐작만 했을 뿐이죠.”
소장 한국화가인 이진주(45) 홍익대 교수는 중국 현지 전시 검열 뒷얘기를 최근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국 상하이 유즈뮤지엄에서 근작 초대전을 열 예정이었다. 사각의 틀을 벗어나 색과 형상이 돌출되고 확장되는 실험적 작업을 벌여온 그는 몇개월간 공들여 전시 준비를 했지만, 개막 며칠 전 갑자기 출품작 일부를 내려달라는 뮤지엄 쪽 요청을 받았 신협 수협 다. 남편 이정배 작가가 수제 까망 안료를 만들어 빚은 칠흑 같은 화면에 뒤태를 드러낸 여인이 흰 종이를 읽거나 펼쳐 보이는 구도의 작품들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작가는 거절했고, 결국 상하이 전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초대전은 유즈뮤지엄의 홍콩 분관인 ‘유즈 프로젝트 스페이스 오브 아트’로 장소를 옮겨 지난 1~3월 진행됐다.
지금 서 새마을금고 울 원서동 옛 공간 사옥 안에 자리한 아라리오갤러리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작가의 개인전 ‘불연속연속’은 이 사태의 이면이 모티브로 녹아 있는 작품 마당이다. 검열에 직면한 당혹감 속에서 작가는 세상의 보이지 않는 부조리와 불가해한 구조의 막막함을 생각했고, 2022년 중국 당국의 코로나 통제 정책에 반발해 상하이 등 대도시 청년들이 백지를 들고 항의한 미국 인터넷 시위 광경도 어렴풋이 떠올렸다고 한다.



아라리오갤러리 지하층 전시장 벽에 펼침식 화폭의 얼개로 내걸린 신작 ‘음각의 풍경’. 노형석 기자


이 전시의 출품작도 평평하지 않고 휘거나 바닥에서 떠 있는 화면들에 온전한 실 8등급 주택담보대출 체가 드러나지 않고 얼굴과 몸의 일부만 보이는 남녀 군상이 불탄 종이, 실타래, 나뭇가지, 돌덩이, 바위 등과 뒤섞여 등장하는 설치적 회화들이다. 이미지들은 언뜻 이어질 듯하다 계속 끊기고, 실체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모호한 구도로 표출된다. 무언가에 짓눌리거나 갇힌 상태임을, 돌과 가지 등에 눌리거나 갇힌 사람들과 짙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쥐고 흘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금리 리고 꾸물거리는 손들을 담은 소품 연작들을 통해 직감할 수 있다.
작가는 “지난해 겪은 전시 검열이나 올해 초 한국의 탄핵 사태 등에서 보이듯 시대적 현실을 피하지 못하고 대면해야 하는 사람들의 어떤 정서를 드러내고 싶었다. 그 앞에서 마주해야 할 용기도 형상화하려 했다”고 했다. 1층에 자리한 대형 양면 회화의 한쪽 면인 ‘오목한 눈물-볼록한 용기’는 이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검은빛 강물 같은 심연 속 바윗덩어리에 불탄 종이가 흩날리는 가운데 알몸 여인이 앉은 채로 자신을 드러내는 화폭 이미지는 결연한 존재의 의지처럼 다가온다. 10월9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