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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채현채
등록일: 25-08-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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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너라면 대개 UTMBUltra-Trail du Mont-Blanc(스위스 몽블랑 일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트레일러닝 대회) 같은 큰 무대에서 뛰는 것을 꿈꾼다. 이 대회에 참가하려면 UTMB가 인증한 여러 대회에 참가해 인덱스와 스톤(일종의 마일리지스마일인베스트먼트
같은 것)을 모아야 한다. 그러니까 UTMB에 나가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 UTMB에 가는 것이 꿈이었지만 '과연 지금의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일본에 작은 규모의 트레일러닝 대회가 많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가 선수는 100명 남짓이고, 동네 주민이 주로 참가하는 한편, 체크포인트CP에서는 직접신 천지 게임
만든 주먹밥을 나눠 주며 응원하는 모습, 이것은 UTMB 외에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트레일러닝 대회의 모습에 더 맞닿아 있다. 소박하고 따뜻한 풍경!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다고 느꼈다. 나도 그 풍경 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 정보를 얻는 건 쉽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일본 대회 추천해 주세요!"라는 게시물투자자문
을 올렸다. 일본인 친구 유타가 이 게시물을 보고 여러 대회를 추천해 주었다. 그 중 한 대회의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헤드랜턴을 머리에 쓴 한 여성이 자신감 넘치는 자세로 선 모습이 크게 그려져 있었다. 머릿속에 낀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었다. 대회 이름은 '라운드 걸 100ROUND GIRL 100', 여성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였다. 듣도 보도 못한 태양광관련주
대회여서 더욱 기대가 커졌다. 대회 신청을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갔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외국 선수를 위한 시스템이 없다는 걸 알았다. 사무국에 이메일을 보냈다. 곧 답변이 왔다. '일본인 후견인이 있다면 참가 가능하다.' 유타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그는 흔쾌히 "그럼 내가 너의 후견인, 서포터, 그리고 페이서가 되어줄게"라고 말했다. 그렇게 나의 인no.1블루오션
생 첫 100km 트레일러닝 대회 참가가 이뤄졌다.
대회에 참가해 뛰고 있는 신고운.
아득히 솟은 후지산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나를 반겨준 유타는, "도쿄에 몇 번 와봤다"는 내 말에도 하나하나 친절하게 챙겨주었다. 마치 해외 초청 선수라면 이런 대접을 받는 걸까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우리는 도쿄에서 전철을 타고 약 2시간을 달려 시즈오카현 고텐바 역 근처 숙소에 짐을 풀었다. 그곳에서 차를 렌트해 약 30분을 더 달려, 후지산 어린이 나라富士山こどもの国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다시 30분가량 걸어, 마침내 대회장에 도착했다. 총 3시간에 가까운 이 여정은, 일본인 친구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회장에 들어서자, 포스터로 제작된 일러스트 깃발이 반겼다. 마침 100마일 출발 직전이어서 출발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 대회 풍경과 사뭇 달랐다. 한국의 경우 출발 전 선수들 분위기는 '심오하고 웅장한 전장에 나가는 전사'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면, 여긴 긴장을 풀고, 서로 웃으며 화이팅을 외치는 유쾌한 분위기였다. "순위보다는, 우리 모두 함께 완주하자!" 그런 취지가 느껴졌달까?
초반 내리막 임도길. 나지막한 경사로 이뤄져 있다. 신나게 뛰어 내려갈 수 있었다.
참가비는 대회장에서 지불하기로 했다. 주최자인 카오상을 만나 참가비를 전달했다. 참가 접수를 하고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대회가 첫 회였다! 그러니 한국에서 참가한다고 했을 때 주최측은 '어떻게 알고 온 걸까?' '진짜로 올까?'하는 의구심이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카오상은 나를 보고 매우 놀라워하는 한편 반겼다.
한라산과는 다른 화산 지형
간밤에 비가 내렸고, 대회날 아침엔 날씨는 좋아졌다. 대회장으로 향하던 길, 전날엔 보이지 않았던 후지산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발지 서포터 존에 짐을 풀고, 준비물이 가득 든 캐리어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꺼내며 서포터 유타에게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리고 아침으로 빵을 우물거리며 출발 전 마지막 에너지를 비축했다.
스타트와 피니시 지점. 라운드 걸 100은 올해 처음 열렸다. 그래서 규모가 작다.
고맙게도 구름이 걷히면서 날씨는 한층 따뜻해졌다. 긴팔에 반바지 차림이었던 나는 적당히 부는 바람과 숲이 막아 주는 햇살 덕분에 청량한 기분을 만끽했다. 시작부터 약 2km 구간은 큰 나무들 사이로 난 임도 내리막이었다. 모든 주자들의 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 거센 '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다리를 붙잡으며 페이스 조절에 집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눈앞에 펼쳐진 후지산 자락의 풍경이 마음을 들뜨게 했다. 임도길의 돌 없는 내리막은 오히려 주위를 둘러보기에 딱 좋았고,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길 사이로 후지산의 정상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멈춰 사진을 찍기도 하며 즐겁게 달렸지만, 낯선 길을 따라 무작정 달리는 긴장감은 여전했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표식과 GPX 파일을 번갈아 확인하며 뛰었다. 다행히 표식이 잘되어 있어 길을 헤맬 일은 없었다.
12km 지점에는 워터 포인트가 있었고, 간단한 간식과 물, 화장실도 준비되어 있었다. 100km 레이스 중 화장실이 있다는 사실은 예상보다 큰 안도감을 주었다. 감기약 덕분에 코 호흡은 편했지만, 목이 바싹 마르기 시작했다. 모든 점막을 말려 코를 뚫어주는 약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고, 한동안 목마름과 싸워야 했다.
길을 달리다 보면 곳곳에서 후지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워터 포인트 이후엔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됐다. 딱딱한 임도길보다 부드러운 흙길과 풀이 우거진 숲길이 이어졌고, 그런 오르막과 내리막은 기분을 즐겁게 했다. 같은 화산지형이라도 한라산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었다. 중간중간 스태프들이 서서 길을 안내해 주고 응원도 건넸다. 오르막이 계속되면서 체력 소모가 은근히 컸지만, 첫 바퀴를 완주했다는 안도감과 친구의 응원이 더해지자 '한 바퀴만 뛰고 그만둘까' 했던 마음은 깨끗이 사라졌다. 간단히 물과 과일, 두 바퀴 분량의 간식을 챙긴 후 바로 두 번째 바퀴로 발길을 옮겼다.
앞사람 추월할 땐 "고멘!"이라고 외쳐라
이미 한 번 지나온 길을 다시 걷는 건 모험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울 수 있지만, 그만큼 기대하는 풍경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것 또한 새로웠다. 첫 바퀴에서는 미처 눈에 담지 못했던 일본 여성 주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밤을 새운 채 무거운 다리를 이끌며 페이서와 함께 달리고 있는 100마일 도전자들이었다.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40km 주자들, 그리고 나와 함께 100km를 달리는 또래 친구들의 얼굴도 하나둘 보였다.
일본에서만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풍경. 일본의 여성 트레일러너들이 앞에서 달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운힐 구간에서 앞사람을 추월할 때 "고멘(미안)"이라는 짧은 인사를 건넨다. 처음에는 당황한 나머지 "스미, 스미마센!(죄송합니다)"을 연발했지만, 이내 그 문화에 익숙해졌다. 걸어가는 사람들은 뛰어가는 주자에게 "화이팅!"을 외치는 걸 잊지 않았고, 업힐에서는 누군가가 뒤에서 가까이 오거나 추월하려 하면 자연스럽게 길을 비켜주며 손짓과 함께 "먼저 가세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경기 후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일본 트레일러닝에서는 이런 짧은 인사가 일종의 매너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과거 급경사 다운힐에서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욕을 먹었던 일이 떠올라 괜히 울컥했다. '이렇게도 트레일을 즐길 수 있는데!' 싶은 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서로 간의 안전 간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인상 깊었다.
자원봉사자와 스태프들은 길이 헷갈릴 수 있는 지점마다 서서 코스를 안내해 주었고, 빨간 조끼를 입은 스태프는 반대 방향으로 코스를 돌며 주자들이 괜찮은지 계속 확인했다. 매 바퀴마다 다른 자원봉사자가 배치되어 있었기에, 이전 바퀴에서 독특한 코스프레를 한 자원봉사자와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고, 또 후지산을 멋지게 찍어준 스태프에게 초코바를 선물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도 마음에 남았다. 그럼에도 한 자리에 오래 서 있는 고된 수고 대신, 매 바퀴 교대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 시스템은 훨씬 효율적이고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 피니시 라인에 있는 CP에는 모두의 취향을 다 맞출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두 바퀴를 마칠 즈음, 이른 저녁의 향긋한 냄새가 대회장을 가득 채웠다. 메뉴는 일본식 카레였다. 윤기 나는 갈색 카레는 보기만 해도 '한 그릇 뚝딱'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비주얼이었다. 하지만 달리는 동안 이것저것 간식을 많이 먹었고, 무엇보다 이때는 밥 먹을 타이밍이 아니었다. 계획대로 해내고 싶었다. 카레에서 눈을 돌려 문득 옆을 보니 수박이 보였다. 정말 달고 맛있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다섯 조각이나 먹어버렸다. 배도 부르고 갈증도 말끔히 해소되었다. 감히 말하건대, 대회 중 최고의 음식이었다.
오사카 사투리 '목격'
세 번째 바퀴를 시작했을 때, 대회장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밥이 나와서 다들 저녁 식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나만 단체 식사 약속을 못 들은 건가' 싶어 혼자 뛰어 나와버린 줄 알았다. 정해진 출발 시간은 없었지만, 2km 넘게 가는 동안 주변에 아무도 없자 조금씩 불안해졌다. 일부러 큰 소리를 내보기도 하고, 흥얼흥얼 노래도 불렀다. 트레일을 달리며 가장 설레는 순간은 언제나 자연 속에 혼자 남겨졌을 때다. 아마도 해가 떠 있을 때라서 가능한 용기였을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익숙한 실루엣의 주자가 뒤에서 다가왔다. 이즈미상이었다.
라운드 걸 100 대회 전용 맥주가 있었다. 친구와 나 모두 술을 못 마신다. 저 귀여운 맥주를 한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이즈미상은 언제부턴가 나와 비슷한 페이스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렸다. 워낙 안정적인 리듬으로 뛰는지라 나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의지하고 있었는데, "우리 계속 비슷하게 달리고 있네요!"라는 말을 계기로 처음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는 오사카에서 이 대회를 위해 신칸센을 타고 혼자 왔다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혼마야!"하고 오사카 사투리를 외쳤다. 직접 들은 오사카 사투리는 생소하면서도 귀엽고 정감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세 바퀴 내내 함께했다. 중간에 화장실이 급해 둘이 함께 뛰어갔는데, 단 한 칸뿐인 화장실 앞에서 이즈미상은 나를 먼저 보내 주며 배려해 주었다.
업힐 구간에 들어서자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나는 트레일 재킷을 꺼내 입고 오르막을 올랐다. 간밤의 비 때문인지 땅은 금세 진흙으로 변했고, 구름이 몰려들면서 갑자기 어두워졌다. 무거운 장비가 불만스러워 CP에 두고 온 헤드랜턴이 떠올랐다. 설상가상으로 휴대폰 배터리마저 없었다. 결국 맨눈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졌고, 고개를 들기도 어려웠다.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는 바람은 매섭기까지 했다. 다행히 이즈미상과 스태프들의 헤드랜턴 불빛을 따라 한 걸음씩 갈 수 있었다. 폭우가 내리는 순간부터 체력이 뚝뚝 떨어지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풀숲 너머에는 사람 같은 환영이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렇게 급격하게 체력이 바닥나는 경험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초라하고 작은 존재인지 실감했다. 코스를 돌던 스태프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뒤에서 내 발걸음을 비춰 주었다. 오직 이번 바퀴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힘겹게 나아갔다. 결국 무사히 세 번째 바퀴를 완주했다.
일본의 축제에서 볼 수 있는 볶음국수와 여러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몸이 덜덜 떨렸다, 저체온증일까?
세 바퀴를 마치고 피니시 라인에 들어섰을 때 빗방울이 더 거세졌다. 디렉터인 우에키 카오상이 "괜찮냐"고 물었지만, 나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멈춰 서자마자 몸이 급격히 식기 시작했다. 이가 딱딱 부딪치고, 손끝과 발끝이 떨려왔다. '아, 이게 바로 저체온증이구나' 하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 상태를 파악한 유타는 재빨리 나를 난로 앞으로 데려다주었다. 나는 서둘러 젖은 옷을 벗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이미 몸 깊숙이 파고든 한기는 쉽게 빠져나가지 않았다. 기다리며 응원해 준 유타와 한 바퀴라도 함께 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출발하려 했지만, 막상 대회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다리가 멈춰버렸다. 아침에는 그렇게 아름답게 펼쳐졌던 숲은 이제 어둡고 무서운 곳으로 변해 있었다. 큰 공포가 나를 덮치는 듯했다. '중간 어딘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까지 했다.
그렇게 나는 세 바퀴를 마지막으로 레이스를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더 아프게 되면, 함께 달리지도 못할뿐더러 짐까지 되는 상황이 될 게 뻔했다. 유타에게 더 이상 민폐가 되는 건 더욱 싫었다. 결심이 서자 우리는 빠르게 숙소로 향했다. 아쉬움이 너무 커서, 차 속에서 몸을 덜덜 떨면서도 "내년에 리벤지하러 다시 오자"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고, 유타도 내년을 약속해 주었다.
대회장 가는 길에서 후지산과 함께, 추워서 큰 타월로 얼굴을 감샀다. 친구는 이 모습을 보고 후지산 모양이라고 했다.
《아무튼, 산》의 저자인 장보영 작가는 100km 도전을 앞두고 걱정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100km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거야. 그 기억을 이렇게 특별한 장소에서 만들어 간다는 건,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거야."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나만의 100km가 아름답게 완성되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 도전을 위해 준비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트레일 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만으로도 이 여정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무엇보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친구가 있었기에 이 모든 도전이 가능했다. 삶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영속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깊이 느꼈다.
나의 아름다운 60km
대회에서는 감사하게도 60km까지 완주한 것을 인정해 주었고, 나의 이번 도전은 '아름다운 60km'로 완결됐다. 개인 최장 거리를 기록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고, 무엇보다도 감사한 일이었다. 이 기억이 언젠가 나를 100km에 더 가까이 데려다 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렇게 쌓여가는 경험 하나하나가 결국엔 나를, 더 멀리, 더 깊고 아름다운 곳에 데려다 놓을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모든 모험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결과보다, 그 과정 속에 담긴 수많은 순간들이 나를 성장시킨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내년 이맘때쯤, 100마일에 도전하고 있는 내가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웃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info
라운드걸 100은 어떤 방식으로 열릴까?
이 경기는 20km 원형 코스를 여러 번 도는 방식이다. 100마일(160km) 종목은 8바퀴를 돌아야 하고, 100km 종목은 5바퀴를 뛰어야 한다. 100km 종목의 경우 누적고도는 2700m다. 큰 내리막이나 오르막이 없다. 20km 원형 코스의 경우 10km는 오르막, 나머지 10km는 내리막으로 구성된다. 10km 지점에 물을 보충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한 바퀴만 따진다면 단순한 구조다. 컷오프 시간은 4시간이다. 나는 이와 같이 계획을 세웠다. 1바퀴 후 5분 휴식, 3바퀴 쉬지 않고 돈 뒤 20분 휴식(식사와 옷 갈아입기), 마지막 2바퀴는 친구와 함께 달리기. 이렇게 총 15~16시간을 완주 목표로 잡았다.
경기 중 어떻게 먹을까?
20km 순환 구조이기 때문에 매 바퀴마다 재정비할 수 있었다. 그래서 1회 코스를 마칠 때마다 먹을 에너지 바, 전해질 캡슐, 에너지젤 등을 소분해 지퍼백에 나눠서 가져갔다. 500ml 소프트 플라스크 2개: 뛸 때 물통 1개만 물을 채웠다. 트레일컵: 가볍고 보관이 편리한 컵으로 요즘 트레일러닝 대회 때 필수 장비다. 전해질 캡슐: 20분마다 하나씩 먹었다. 에너지젤: 1시간~1시간 30분마다 1개씩 섭취했다. 이 외 한국에서 가져간 초코바와 젤리를 챙겼고 부족한 건 현지 CP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먹었다.
장비는 어떻게?
트레일러닝 조끼는 살로몬, 신발은 호카 마파테, 스피드고트, 노다 001을 챙겼다. 바람막이와 옷은 케일과 파타고니아를 입었다. 식량과 장비를 챙겨 넣은 짐의 무게가 17kg에 육박했다. 이 대회 CP에서 무언가 먹으려면 꼭 수저와 음식을 넣을 통이 있어야 한다. 실리콘으로 된 접이식 구조의 밀폐용기에 산에 갈때 쓰는 컵과 수저를 챙겼다. 트레일 스틱을 챙겼는데 가서 알게 된 이야기지만 일본의 거의 모든 대회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스틱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Mini interview 01
ROUND GIRL 100의 디렉터 우에키 카오Ueki Kao
39세에 트레일러닝을 시작해 다수의 울트라 트레일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일본의 트레일 러너이자 코치다. 초보 여성 러너들을 위한 트레이닝과 함께, 최초 여성 전용 'ROUND GIRLS 100'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주로 초보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트레일러닝 지도, 워킹 지도, 퍼스널 트레이너, 대회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성만을 위한 트레일러닝 대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본 사회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하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성 전용 대회를 열면, 깨끗한 화장실과 탈의 공간 등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며, 여성들끼리 부담 없이 일상에서 해방되어 기분 좋게 달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티브나 영감을 받은 대회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100마일 대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비주얼(일러스트·포스터)로 강한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이번 대회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요?
큰 비로 인해 둘째 날 밤, 정말 괴로운 결정이었지만 안전을 위해 레이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많은 참가자분들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정말 즐거웠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이 레이스를 정말 고대하며 연습해 온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감격스러웠고, 내년에는 꼭 완주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습니다.
Mini interview 02
신고운의 이번 여정에 도움을 준 일본인 친구 이노우에 유타
그는 마라톤 풀코스 기록이 2시간 50분인 서브3 러너이자 트레일러너다. 한국을 좋아해 동아마라톤에 자주 출전하고, 한국의 산에도 관심이 많아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며 틈틈이 러닝을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트레일러닝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지금까지 총 3번의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한국의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관심이 있어서 꼭 참가해 보고 싶습니다.
고운이 작년 12월쯤 "일본의 트레일러닝 대회에 관심 있다"고 말해 줘서, 제가 알고 있던 몇 개의 대회를 소개했습니다. 그중에서 "여성만 참가하는 대회", "페이스메이커 동반 가능", "처음 100km에 도전하는 사람도 참가하기 쉬움"이라는 점에서 라운드걸 100에 함께 참가하게 됐습니다.
라운드걸 100 어땠나요?
'여성 러너를 위한, 여성 우선'의 대회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참가한 러너들이 따뜻한 지원을 많이 받았고, 디렉터 우에키 카오씨의 "여성 러너를 위한 대회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잘 전해졌습니다.
이번 서포터로서의 역할은 어땠나요?
이번 대회는 고운의 도전을 위한 대회였습니다. 고운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트레일러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이었습니다. 20km씩 도는 순환 코스였기 때문에 한 바퀴 돌면 다시 스타트 지점으로 돌아오는데, 매번 고운이 힘차게 돌아올 때마다 정말 안심이 됐습니다.
Round Girs 100
라운드걸 100은 올해 첫 대회를 치렀다. 시즈오카현 후지시, 후지산 어린이의 나라 인근에서 열리며 거리 20km, 누적고도 540m 코스를 순환하는 방식이다. 여성들만 참가할 수 있고, 남자는 페이서나 선수의 서포터, 응원 정도로만 참여할 수 있다. 40km, 100km와 100마일 대회에 참가해 완주하면 국제트레일러닝 협회ITRA에서 포인트를 제공한다. 40km 완주시 2점, 100km 완주시 3점, 100마일 완주시 5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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