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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채현채
등록일: 25-10-2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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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담은 팔각산의 항공샷. 거대한 공룡 같은 능선 위로 6개의 봉우리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의류 무역회사를 다니다가 퇴사한 후 아웃도어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은 나에게 안성맞춤이다. 어느덧 2년이 흘렀다. 매장을 찾는 단골 산꾼들과 산이야기를 나누는 근무 조건은 나에게 최상이 아닐 수 없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조언도 해주고, 정보도 얻는다. 단골들은 산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나에게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며 "차라리 매장을 접고 등산 유튜브나 하라"고 한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혼자 떠드는 것보다 상대에 맞춰 대화하는 게 나는 더 재미있다. 등산에 입문하는 고객들과는 산행 방법도 알려줄 겸 종종 근처에서 당매드머니
일 산행을 하기도 한다.
어느 날 동탄의 한 산악회에서 백패킹을 즐기는 고객 박미애씨가 매장에 들렀다. 그녀는 60대이지만 꾸준한 관리 덕에 건강미가 넘친다. 내가 근무하는 브랜드보다 타 아웃도어 브랜드를 더 좋아하지만 백패킹이라는 공통 화제로 내가 있는 매장에 자주 방문하는데, 그때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수다를 떤다. 오죽하면 함황금성 게임 다운로드
께 오는 딸이 '여기만 오면 나갈 생각을 않는다'며 혼자 다른 매장으로 가버린다고 했다.
영덕 가는 기차 타기 난이도 '상급'
6봉으로 향하는 길. 김혜연씨 뒤로 동양화 같은 멋진 7봉 절벽이 우뚝 서있다.
개미들
어느 날 또 매장에 온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가 함께 백패킹을 가자고 청했다. 나의 백패킹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경북 영덕 팔각산으로 정했다. 높이 628m의 팔각산은 낮지만 날카로운 기암괴석과 암벽으로 이루어져 굽이굽이 절경을 이룬다. 8개의 작은 봉우리를 잇는 암릉 구간이 하이라이트다. 산세가 험해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지만 오를주식입문서
때마다 보물찾기처럼 작은 표지석을 찾는 재미도 있는 산이다.
박미애씨의 지인 정숙자씨와 나의 백패킹 메이트 김혜연도 함께했다. 혜연이는 서울에서 KTX로 포항을 거쳐 영덕으로 가면 되지만, 문제는 동탄에서 떠나는 우리였다. 평일 SRT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많아 기차표 예매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동탄에서 경주까지 가는 좌석은 매진됐지ELW거래
만, 중간 역들을 조회해 보니 평택에서 경주까지 가는 표가 있었다. 경주에서는 다시 영덕행 'ITX-마음'으로 갈아타면 되는 것이다. 다만 환승 시간이 단 10분이었다. 이제껏 열차를 이용하면서 10분 이상 지연된 적은 없었다. 검색해 보니, 경주에서 환승은 단 3분이면 됐다. 더군다나 경주역 열차들이 정시에 오는 건 극히 드문 일이라고 했다. 산행보다 더 어려운 이동 미션이었다. SRT가 경주에 가까워질수록 지연시간은 늘어났다. 2분, 3분, 5분. 결국 우리 열차는 10분이나 늦게 경주역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부리나케 달렸다.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가 다시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등에 달린 배낭 무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딱 2분이 지났다. 열차가 가버린 것일까? 아니면 아직 안 온 것일까? 후자이기를 바랐다. 뒤이어 올라온 미애 언니가 물었다.
"간 거예요? 아직 안 온 거예요?"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상태라 잠시 뜸을 들였다가 대답했다.
"간 것 같아요. 힝."
최악의 상황이었다. 다음 열차는 3시간 뒤에 도착했다. 먼저 영덕역에 도착한 혜연이는 혼자 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산행 시간을 3시간 반으로 잡았는데, 아직 해가 길지만, 안전하게 산행을 끝내려면 2시간 반 만에 코스를 완주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을 초대해 놓고 이런 상황을 만든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역무원은 서경주역에서 2시간 뒤에 열차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다시 이동해야 하지만, 산행시간을 1시간이라도 더 벌어야 했다. 혜연이에게 연락하고 서경주역으로 향했다. 허허벌판 위에 덩그라니 서있는 역 안에는 식당도 카페도 없었다. 배낭을 두고 15분 거리의 아파트 단지로 걸었다. 나의 미안한 마음을 알았는지 언니들은 환승을 위해 달린 상황을 재밌는 모험담처럼 곱씹었다. 덕분에 마음이 놓였다.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얘기는 끊이질 않았다. 벌써 함께 산 4개는 타고 내려온 것 같았다. 누리호는 정시에 도착해 출발했고, 영덕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혜연이와 드디어 만났다. 그녀와 간단히 인사하고 팔각산으로 향했다.
낙타 등처럼 생긴 1~6봉
8봉에 위치한 정상에 공터가 있어 그곳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지만 다음날 비소식이 있고, 오후 3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바위 능선을 타고 정상 공터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건 무리였다. 옥계계곡 야영장에 있는 매점에 배낭을 맡기고 물과 간식만 챙겨 가볍게 오르기로 했다. 1~2봉 쪽은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3봉은 위험구간이라 통제되어 있어, 시간이 늦어 중도 하산하게 되면 팔각산을 제대로 맛볼 수 없을 것이었다.
암릉을 오르고 있는 박미애씨와 정숙자씨. 백패킹 종주를 즐기는 그녀들은 암릉구간을 가뿐하게 오르내렸다.
우리는 8봉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거칠고 가팔랐다. 자칫하면 손에 상처가 날 듯 날카로운 바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안전바가 잘 설치되어 있어 위험하진 않았다. 10분쯤 지났을까? 앞서가던 두 언니는 자취를 감추었다. 날렵한 몸에 배낭까지 없으니, 말그대로 날다람쥐였다. 도저히 쫓아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우리는 일몰 시간을 체크하면서 이야기하며 걷고, 사진도 찍었다. 중간쯤 올라서자 우리를 기다리던 미애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언니들, 걸음이 엄청 빠르네요!"
"그래? 우리는 그냥 평소대로 걷는 건데?"
"저희 못 따라 올까봐 걱정하시더니, 저희가 못 따라가겠다고요!"
항상 동생들과 다니다가 모처럼 만난 언니들에게 어리광을 피웠다. 언니들도 유쾌하게 받아주었다. 숙자 언니는 다리에 모터라도 단 듯 빠르게 등산로를 올라갔다. 미애 언니는 우리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앞장섰다. 곧 팔각산 정상에 올라섰다. 탁 트인 전망에 기분이 좋아졌다. 팔각산의 제대로 된 속살을 만끽할 차례였다. 동쪽으로 이어진 능선 저편에 멋진 7봉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몰까지 3시간 남은 상황, 날이 흐려 30분은 여유를 두어야 했다. 우리는 재빠르게 이동했다. 7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안전 난간이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언니들이 앞장섰다. 바위를 사뿐사뿐 기어 오르는 뒷모습에서 오랜 내공이 느껴졌다. 우리도 열심히 뒤를 따랐다.
팔각산의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7봉 끝. 여기 올라서면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7봉은 멀리서 봐도 멋지지만, 그곳에서 보는 경치도 그에 못지 않았다. 낙타 등처럼 이어진 6봉부터 1봉까지 한눈에 보였다. 작지만 날이 선 바위로 이뤄진 첨봉들은 왜 다른 산들처럼 팔봉산이 아니고 팔각산인지 깨닫게 했다. 날카로운 바위 틈을 비집고 나와 모진 바람을 맞으면서도 꿋꿋하게 자라난 소나무들은 오랜 세월 인고 끝에 멋진 자태로 산꾼들을 맞이했다. 바위 틈의 넉넉하지 못한 양분을 흡수하면서도 인간들에게 안전한 길을 내어주고는 벼랑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소나무 숲 사이로 1봉까지 좁다랗게 이어진 바위 능선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 자연이 인간을 위해 특별히 만든 길 같았다. 그 위로 어울리지 않게 인공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는데,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어쩔 수 없이 지나쳐야 했다. 우리는 무사히 바위 능선을 통과해 다음 봉우리로 향했다.
3봉은 '위험'
벌써 오후 5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1시간 안에 산행을 마쳐야 했다. 흐린 날씨에 금세 어두워질 것 같았다. 언니들은 안전을 위해 길을 되돌아 가기로 했다. 혜연이와 나는 7봉에서 노란 시그널을 발견했다. 시그널 방향으로 내가 먼저 내려 갔다. 암릉이라 딱히 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잡을 수 있는 '홀드'가 있어 어렵지 않았다. 더 이상의 시그널은 없었고, 하산길은 수직에 가까웠다. 혜연이는 길이 아닌 것 같다며 위에서 불렀지만, 나는 조금 더 내려갔다. 바위가 끝나는 곳에 누군가 발을 디딘 흔적이 희미하게 있었다. 그 아래 나무가 있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굴러 떨어질 것 같았다. 위에서 걱정하고 있을 혜연이를 생각하며 되돌아 올라갔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등산로에는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7봉의 암릉에서 내려가니, 다시 저 아래 시그널이 보였다. 멀리 가는 언니들의 뒷모습을 확인하고, 시그널을 따라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다 방향을 틀었다. 좁지만 안전한 길이 나타났다. 전망대에서 그냥 내려왔다면 이 길을 만났겠지만, 따로 길은 없었다. 무리해서 내려 갈 수는 있겠지만, 산이 내준 길을 두고 안전을 거스를 필요는 없었다.
8봉에서 7봉으로 가는 길. 팔각산의 여덟 개 봉우리를 잇는 고꾸라질 듯한 철계단을 보면 산세가 얼마나 험한지 알 수 있다.
우리는 계속 봉우리를 넘었다. 쉴 새 없이 떠들었고, 눈은 주의 깊게 살폈으며, 손과 발을 이용해 최대한 안전을 확보했다. 온몸의 기관들이 전에 없던 집중 모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첨예하게 솟은 5봉과 4봉을 거쳐 3봉으로 가는 길, 어마 무시한 철계단이 나타났다. 반대쪽에서 올라왔다면 이 계단 중간에서 앉은 채로 비박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봉은 오르막에 '위험 구간 폐쇄' 팻말이 붙어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였다. 우회해서 2봉으로 향하던 중 거대한 암벽에 실눈 같은 동굴이 나타났다.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혜연이를 동굴 앞으로 보냈다. 그러자 그녀는 그 안에 벌러덩 누워 버렸다. 편해 보였다. 나는 그녀를 따라 눕는 대신 사진을 찍었다.
옥계계곡 야영장 전경. 시원스레 깎아지른 절벽과 맑은 계곡은 여름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하산을 마칠 때쯤 미애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가 안전하게 하산했는지 물었다. 우리는 야영장을 향해 뛰다시피 걸었다. 기차 환승이 늦어져 계획했던 완벽한 산행을 하지 못했지만, 언니들은 우리와 함께한 것만으로도 즐겁고 재밌었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옥계계곡 야영장에 텐트를 쳤다. 새로운 이들과 함께하는 캠핑이라 기분이 남달랐다.
민미정 깨알 팁 <아무도 묻지 않아도 알려주고 싶은 정보>
산행 정보
산행 코스
팔각산장 ~ 8봉(팔각산 정상) ~ 7봉(전망대) ~ 6봉 ~ 5봉 ~ 4봉 ~ 3봉(폐쇄) 우회 ~ 2봉 ~ 1봉 ~ 팔각산장
산행 거리 및 소요시간
4.5km, 3시간(휴식시간 포함)
야영 정보
1. 팔각산 정상(8봉)에 공터가 있으나,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것보다, 절벽과 물이 흐르는 옥계계곡 야영장이 더 좋다.
2. 옥계계곡 야영장은 무료이며, 3분 거리에 화장실과 매점이 있어 편리하다. 지정된 장소에서만 야영이 가능하다. 계곡 상류 쪽은 야영 및 취사 금지 구역이다. (현수막 있음)
3. 팔각산 들머리인 팔각산장 옆에도 유료 야영장이 있다. (이용요금:텐트 4동 5만 원 - 변동될 수 있음)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의류 무역회사를 다니다가 퇴사한 후 아웃도어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은 나에게 안성맞춤이다. 어느덧 2년이 흘렀다. 매장을 찾는 단골 산꾼들과 산이야기를 나누는 근무 조건은 나에게 최상이 아닐 수 없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조언도 해주고, 정보도 얻는다. 단골들은 산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나에게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며 "차라리 매장을 접고 등산 유튜브나 하라"고 한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혼자 떠드는 것보다 상대에 맞춰 대화하는 게 나는 더 재미있다. 등산에 입문하는 고객들과는 산행 방법도 알려줄 겸 종종 근처에서 당매드머니
일 산행을 하기도 한다.
어느 날 동탄의 한 산악회에서 백패킹을 즐기는 고객 박미애씨가 매장에 들렀다. 그녀는 60대이지만 꾸준한 관리 덕에 건강미가 넘친다. 내가 근무하는 브랜드보다 타 아웃도어 브랜드를 더 좋아하지만 백패킹이라는 공통 화제로 내가 있는 매장에 자주 방문하는데, 그때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수다를 떤다. 오죽하면 함황금성 게임 다운로드
께 오는 딸이 '여기만 오면 나갈 생각을 않는다'며 혼자 다른 매장으로 가버린다고 했다.
영덕 가는 기차 타기 난이도 '상급'
6봉으로 향하는 길. 김혜연씨 뒤로 동양화 같은 멋진 7봉 절벽이 우뚝 서있다.
개미들
어느 날 또 매장에 온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가 함께 백패킹을 가자고 청했다. 나의 백패킹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경북 영덕 팔각산으로 정했다. 높이 628m의 팔각산은 낮지만 날카로운 기암괴석과 암벽으로 이루어져 굽이굽이 절경을 이룬다. 8개의 작은 봉우리를 잇는 암릉 구간이 하이라이트다. 산세가 험해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지만 오를주식입문서
때마다 보물찾기처럼 작은 표지석을 찾는 재미도 있는 산이다.
박미애씨의 지인 정숙자씨와 나의 백패킹 메이트 김혜연도 함께했다. 혜연이는 서울에서 KTX로 포항을 거쳐 영덕으로 가면 되지만, 문제는 동탄에서 떠나는 우리였다. 평일 SRT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많아 기차표 예매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동탄에서 경주까지 가는 좌석은 매진됐지ELW거래
만, 중간 역들을 조회해 보니 평택에서 경주까지 가는 표가 있었다. 경주에서는 다시 영덕행 'ITX-마음'으로 갈아타면 되는 것이다. 다만 환승 시간이 단 10분이었다. 이제껏 열차를 이용하면서 10분 이상 지연된 적은 없었다. 검색해 보니, 경주에서 환승은 단 3분이면 됐다. 더군다나 경주역 열차들이 정시에 오는 건 극히 드문 일이라고 했다. 산행보다 더 어려운 이동 미션이었다. SRT가 경주에 가까워질수록 지연시간은 늘어났다. 2분, 3분, 5분. 결국 우리 열차는 10분이나 늦게 경주역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부리나케 달렸다.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가 다시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등에 달린 배낭 무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딱 2분이 지났다. 열차가 가버린 것일까? 아니면 아직 안 온 것일까? 후자이기를 바랐다. 뒤이어 올라온 미애 언니가 물었다.
"간 거예요? 아직 안 온 거예요?"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상태라 잠시 뜸을 들였다가 대답했다.
"간 것 같아요. 힝."
최악의 상황이었다. 다음 열차는 3시간 뒤에 도착했다. 먼저 영덕역에 도착한 혜연이는 혼자 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산행 시간을 3시간 반으로 잡았는데, 아직 해가 길지만, 안전하게 산행을 끝내려면 2시간 반 만에 코스를 완주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을 초대해 놓고 이런 상황을 만든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역무원은 서경주역에서 2시간 뒤에 열차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다시 이동해야 하지만, 산행시간을 1시간이라도 더 벌어야 했다. 혜연이에게 연락하고 서경주역으로 향했다. 허허벌판 위에 덩그라니 서있는 역 안에는 식당도 카페도 없었다. 배낭을 두고 15분 거리의 아파트 단지로 걸었다. 나의 미안한 마음을 알았는지 언니들은 환승을 위해 달린 상황을 재밌는 모험담처럼 곱씹었다. 덕분에 마음이 놓였다.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얘기는 끊이질 않았다. 벌써 함께 산 4개는 타고 내려온 것 같았다. 누리호는 정시에 도착해 출발했고, 영덕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혜연이와 드디어 만났다. 그녀와 간단히 인사하고 팔각산으로 향했다.
낙타 등처럼 생긴 1~6봉
8봉에 위치한 정상에 공터가 있어 그곳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지만 다음날 비소식이 있고, 오후 3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바위 능선을 타고 정상 공터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건 무리였다. 옥계계곡 야영장에 있는 매점에 배낭을 맡기고 물과 간식만 챙겨 가볍게 오르기로 했다. 1~2봉 쪽은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3봉은 위험구간이라 통제되어 있어, 시간이 늦어 중도 하산하게 되면 팔각산을 제대로 맛볼 수 없을 것이었다.
암릉을 오르고 있는 박미애씨와 정숙자씨. 백패킹 종주를 즐기는 그녀들은 암릉구간을 가뿐하게 오르내렸다.
우리는 8봉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거칠고 가팔랐다. 자칫하면 손에 상처가 날 듯 날카로운 바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안전바가 잘 설치되어 있어 위험하진 않았다. 10분쯤 지났을까? 앞서가던 두 언니는 자취를 감추었다. 날렵한 몸에 배낭까지 없으니, 말그대로 날다람쥐였다. 도저히 쫓아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우리는 일몰 시간을 체크하면서 이야기하며 걷고, 사진도 찍었다. 중간쯤 올라서자 우리를 기다리던 미애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언니들, 걸음이 엄청 빠르네요!"
"그래? 우리는 그냥 평소대로 걷는 건데?"
"저희 못 따라 올까봐 걱정하시더니, 저희가 못 따라가겠다고요!"
항상 동생들과 다니다가 모처럼 만난 언니들에게 어리광을 피웠다. 언니들도 유쾌하게 받아주었다. 숙자 언니는 다리에 모터라도 단 듯 빠르게 등산로를 올라갔다. 미애 언니는 우리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앞장섰다. 곧 팔각산 정상에 올라섰다. 탁 트인 전망에 기분이 좋아졌다. 팔각산의 제대로 된 속살을 만끽할 차례였다. 동쪽으로 이어진 능선 저편에 멋진 7봉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몰까지 3시간 남은 상황, 날이 흐려 30분은 여유를 두어야 했다. 우리는 재빠르게 이동했다. 7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안전 난간이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언니들이 앞장섰다. 바위를 사뿐사뿐 기어 오르는 뒷모습에서 오랜 내공이 느껴졌다. 우리도 열심히 뒤를 따랐다.
팔각산의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7봉 끝. 여기 올라서면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7봉은 멀리서 봐도 멋지지만, 그곳에서 보는 경치도 그에 못지 않았다. 낙타 등처럼 이어진 6봉부터 1봉까지 한눈에 보였다. 작지만 날이 선 바위로 이뤄진 첨봉들은 왜 다른 산들처럼 팔봉산이 아니고 팔각산인지 깨닫게 했다. 날카로운 바위 틈을 비집고 나와 모진 바람을 맞으면서도 꿋꿋하게 자라난 소나무들은 오랜 세월 인고 끝에 멋진 자태로 산꾼들을 맞이했다. 바위 틈의 넉넉하지 못한 양분을 흡수하면서도 인간들에게 안전한 길을 내어주고는 벼랑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소나무 숲 사이로 1봉까지 좁다랗게 이어진 바위 능선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 자연이 인간을 위해 특별히 만든 길 같았다. 그 위로 어울리지 않게 인공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는데,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어쩔 수 없이 지나쳐야 했다. 우리는 무사히 바위 능선을 통과해 다음 봉우리로 향했다.
3봉은 '위험'
벌써 오후 5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1시간 안에 산행을 마쳐야 했다. 흐린 날씨에 금세 어두워질 것 같았다. 언니들은 안전을 위해 길을 되돌아 가기로 했다. 혜연이와 나는 7봉에서 노란 시그널을 발견했다. 시그널 방향으로 내가 먼저 내려 갔다. 암릉이라 딱히 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잡을 수 있는 '홀드'가 있어 어렵지 않았다. 더 이상의 시그널은 없었고, 하산길은 수직에 가까웠다. 혜연이는 길이 아닌 것 같다며 위에서 불렀지만, 나는 조금 더 내려갔다. 바위가 끝나는 곳에 누군가 발을 디딘 흔적이 희미하게 있었다. 그 아래 나무가 있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굴러 떨어질 것 같았다. 위에서 걱정하고 있을 혜연이를 생각하며 되돌아 올라갔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등산로에는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7봉의 암릉에서 내려가니, 다시 저 아래 시그널이 보였다. 멀리 가는 언니들의 뒷모습을 확인하고, 시그널을 따라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다 방향을 틀었다. 좁지만 안전한 길이 나타났다. 전망대에서 그냥 내려왔다면 이 길을 만났겠지만, 따로 길은 없었다. 무리해서 내려 갈 수는 있겠지만, 산이 내준 길을 두고 안전을 거스를 필요는 없었다.
8봉에서 7봉으로 가는 길. 팔각산의 여덟 개 봉우리를 잇는 고꾸라질 듯한 철계단을 보면 산세가 얼마나 험한지 알 수 있다.
우리는 계속 봉우리를 넘었다. 쉴 새 없이 떠들었고, 눈은 주의 깊게 살폈으며, 손과 발을 이용해 최대한 안전을 확보했다. 온몸의 기관들이 전에 없던 집중 모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첨예하게 솟은 5봉과 4봉을 거쳐 3봉으로 가는 길, 어마 무시한 철계단이 나타났다. 반대쪽에서 올라왔다면 이 계단 중간에서 앉은 채로 비박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봉은 오르막에 '위험 구간 폐쇄' 팻말이 붙어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였다. 우회해서 2봉으로 향하던 중 거대한 암벽에 실눈 같은 동굴이 나타났다.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혜연이를 동굴 앞으로 보냈다. 그러자 그녀는 그 안에 벌러덩 누워 버렸다. 편해 보였다. 나는 그녀를 따라 눕는 대신 사진을 찍었다.
옥계계곡 야영장 전경. 시원스레 깎아지른 절벽과 맑은 계곡은 여름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하산을 마칠 때쯤 미애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가 안전하게 하산했는지 물었다. 우리는 야영장을 향해 뛰다시피 걸었다. 기차 환승이 늦어져 계획했던 완벽한 산행을 하지 못했지만, 언니들은 우리와 함께한 것만으로도 즐겁고 재밌었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옥계계곡 야영장에 텐트를 쳤다. 새로운 이들과 함께하는 캠핑이라 기분이 남달랐다.
민미정 깨알 팁 <아무도 묻지 않아도 알려주고 싶은 정보>
산행 정보
산행 코스
팔각산장 ~ 8봉(팔각산 정상) ~ 7봉(전망대) ~ 6봉 ~ 5봉 ~ 4봉 ~ 3봉(폐쇄) 우회 ~ 2봉 ~ 1봉 ~ 팔각산장
산행 거리 및 소요시간
4.5km, 3시간(휴식시간 포함)
야영 정보
1. 팔각산 정상(8봉)에 공터가 있으나,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것보다, 절벽과 물이 흐르는 옥계계곡 야영장이 더 좋다.
2. 옥계계곡 야영장은 무료이며, 3분 거리에 화장실과 매점이 있어 편리하다. 지정된 장소에서만 야영이 가능하다. 계곡 상류 쪽은 야영 및 취사 금지 구역이다. (현수막 있음)
3. 팔각산 들머리인 팔각산장 옆에도 유료 야영장이 있다. (이용요금:텐트 4동 5만 원 - 변동될 수 있음)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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