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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편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허수아비 왕
정종(定宗)은 태조의 차남이며, 신의왕후 한씨 소생으로 1357년(공민왕 6년) 7월 1일에 함흥 귀주동 사저에서 태어났다. 처음 이름은 방과(芳果)였다가 후에 경()으로 바꿨으며, 자는 광원(光遠)이다.
그는 고려조에 벼슬은 했으나 원래 정치에 뜻이 없었다. 그런 까닭에 개국 이후에도 권력을 탐하지 않았고, 조정의 일에도 관심이 없었다.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켜 세자 방석을 살해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에도 전혀 왕위를 넘보지 않았고, 세자의 자리는 당연히 이방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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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뒤에도 그는 정사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격구나 즐기고 사냥이나 다니면서 용상에서 내려올 날만 기다렸다. 그리고 주위에서 그만 왕위에서 내려오라는 눈치를 주자 아무 미련 없이 아우 태종에게 용상을 내주고 뒷방으로 물러났다.
이런 그의 행동들을 볼 때, 그는 성격이 너그럽고 집착이나 욕심이 많지 않은 성격이었음을 알 수 있다야마토사이트
. 또한 들어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고 분수에 넘치는 일을 하지 않는 현명한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개 사람들은 조선 2대 왕 정종을 평가할 때, ‘허수아비 왕’이었다고 말하곤 한다. 사실, 왕으로서는 동생 이방원의 허수아비 노릇을 한 것이 사실이고, 정치 역량에 있어서도 방원에게 한참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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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이방원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여성 편력이었다.
정종 이방과가 왕위에 머문 것은 2년 2개월에 불과했다. 거기다 그 시기의 정사는 대부분 이방원의 뜻대로 처리됐다.
이렇듯 재위 기간은 몹시 짧고 남긴 업적도 없지만, 후궁은 무려 열 명이 넘는다. 그들 여인들에게서 얻은 자식의 수가 25남매였으니부국증권 주식
, 자식 수로 따지면 조선 왕들 중에서는 28남매를 둔 성종에 이어 당당히 랭킹 2위다. 하지만 그 여성 편력의 배경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 뒤늦게 얻은 두 번째 부인과 짧은 로맨스
그는 열 명의 여인들을 통해 25남매를 얻었지만 적자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정처 정안왕후 김씨가 아이를 낳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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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방과와 김씨의 금슬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김씨가 자식을 낳지 못했는데도 방과는 자식이 없는 상태에서 15년 동안 첩을 얻지 않았다. 당시 풍습으로 보자면 본처가 결혼 후 5년 이상 지나도 자식을 낳지 못하면 첩을 두는 것이 관례였는데, 무려 15년 동안이나 첩을 두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김씨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결혼한 지 15년이 지나도 아내가 자식을 낳지 못하자, 결국 그도 자식을 안겨다 줄 새로운 여자를 물색한다. 그렇다고 아무나 택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마음에 드는 여인을 발견하고 그녀와 혼인했다.
방과가 두 번째 부인으로 선택한 여인은 유분의 셋째 딸이었다. 유분은 당시 제법 이름 있는 인물이었다. 관직도 낮지 않았고, 학문도 익힌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선뜻 셋째 딸을 방과와 혼인시켰다. 유분이 본처가 있는 자리에 딸을 시집보낸 데엔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다.
그녀는 원래 반복해라는 인물에게 시집갔었다. 반복해는 우왕의 의붓아들이 되어 왕씨 성을 받고 왕복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래서 왕자 행세를 하며 대단한 권세를 누리던 인물이었다. 또한 그는 당시 권신이었던 임견미의 사위이기도 했다. 그래서 여러 번 결혼을 했고, 부인이 여러 명 있었다. 유씨는 그중에 한 명이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이미 그녀는 본처가 있는 사람에게 시집간 경험이 있는 여인이었다.
당시 권세가 중에는 향처와 경처를 함께 둔 자들이 제법 있었다. 고향에는 본처를 머물게 하고, 서울 개성에는 또 다른 처를 두고 두 집 살림이나 세 집 살림을 하는 경우였다. 물론 일부 권세가에 한정되는 일이었다. 유씨도 그런 인물인 반복해의 경처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결혼 생활은 평탄하지 못했다. 불행히도 남편 반복해가 1388년에 임견미와 함께 이성계 세력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 이후, 반복해의 아내였던 유씨는 이방과의 아내가 되어 남편을 죽인 이성계 집안으로 들어왔다. 말하자면 남편의 원수 집안에 재가를 한 셈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이방과에게 시집오게 된 것이 그녀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벌어진 일인지도 모른다. 고려 말 당시 역적으로 몰려 죽은 자의 부인이나 첩들 중에 인물이 뛰어난 여인들은 권신들에게 배분되는 일이 흔했다. 아마 그녀도 반복해가 죽고 강제로 권신들의 집안에 첩으로 배분되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인물이 매우 출중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이방과는 유씨를 두 번째 부인으로 맞아들였는데, 무슨 일인지 그녀는 오래지 않아 이방과를 떠났다. 유씨는 팔자가 기구했던지 이방과와 헤어지고 다시 세 번째 결혼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녀와 이방과의 로맨스는 잠시 몇 달 이어지다가 짧게 끝나버린 셈이다.
# 아들을 아들이 아니라고 해야만 했던 힘없는 아비
하지만 유씨와 이방과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1398년에 제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나고, 이방과는 세자가 되었고, 이어서 왕위를 이어 조선 제2대 왕에 올랐다.
그러자 조박이란 인물이 유씨를 다시 궁궐로 데리고 왔다. 조박은 이방원의 손위 동서였다. 즉, 조박의 부인이 이방원의 아내 민씨(원경왕후)의 언니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유씨는 조박의 외종 누이였다. 조박은 이방과가 왕위에 오르자, 그녀와 함께 불노라는 이름을 쓰는 남자아이를 함께 데리고 왔다. 그 남자아이는 바로 유씨가 낳은 방과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정종이 그 아들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정종이 불노를 보자, 바로 자신의 아들로 인정하고 원자로 삼고, 유씨도 후궁으로 책봉하여 가의궁주라는 봉호를 내린 것을 보면, 불노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방원 세력이 강력히 반발했다. 목숨을 걸고 실컷 왕권을 장악했는데, 불노가 세자가 되면 이방원은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되는 격이었다. 이 때문에 방원이 몹시 분노하였고, 그 소식을 들은 정종은 갑자기 불노를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종은 유씨가 자기에게 시집올 때, 이미 반복해의 아이를 잉태한 상태였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아이를 밴 여자를 후실로 맞아들인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고, 당시 사건의 정황을 따져보아도 불노는 정종의 장남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종은 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결국 불노는 궁 밖으로 쫓겨났다. 이후, 태종이 왕위에 오른 뒤에 청년이 된 불노는 자신이 상왕(정종)의 아들이라고 떠벌리고 다녔다. 이 일로 불노는 공주에 유배되었고, 강제로 머리를 깎여 승려로 살아야 했지만, 정종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냉가슴만 앓았던 것이다.
작가
■ 용어설명 - 불노
불노(佛奴·1388~1410년)는 정종(조선)의 아들로 알려져 있다. 가의궁주 유씨의 소생이다. 외할머니에 의해 양육되다가, 유씨의 친척인 조박이 제1차 왕자의 난 직후인 1398년 11월 7일 정종에게 데려와 원자라고 주장했다. 제2차 왕자의 난 이후 정종이 태종에게 양위하자 불노는 스스로를 상왕(정종)의 아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상왕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이후 불노는 원래 살던 죽주(경기 안성)로 쫓겨나게 된다. 쫓겨난 불노는 계속 자신이 상왕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며 몰래 한양에서 유씨를 만나기도 했으나 대간에서는 상소해 불노의 외할머니를 심문했다. 1409년 불노는 공주에 안치돼 승려로 살다가 1410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