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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채현채
등록일: 26-01-2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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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119sh.info【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유림 기자]
▲ boots
릴게임사이트 ⓒ daiga_ellaby on Unsplash
"엄마 배 아파."
"엄마 코 막혀."
"엄마 다리 아파."
대여섯 살 아이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아주 일상적인 말들이다. 그 릴게임 러나 직장생활 16년 차, 워킹맘 3년 차인 내게 이 말들은 일상을 흔드는 '트리거(trigger)'가 되었다. 워킹맘 3년 차가 다져온 심리적 평화는 얇게 깔린 살얼음판 같다. 1그램짜리 조약돌 하나에도 금이 가고 깨질 수 있는.
워킹맘의 전시태세
복직 첫 해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정시 출퇴근'.
골드몽게임 아이를 두 살에 어린이집에 보내며, 적응 과정에서 잦은 병치레를 겪었다. 출근길에 차를 몰다 그대로 방향을 틀어 집으로 돌아간 적도 많았고, 채 마시지 못한 커피를 사무실 책상에 올려둔 채 급히 퇴근한 날도 적지 않았다. 점심시간 운동을 할 때조차 휴대전화는 늘 진동 모드였다. 어린이집 호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아무 연락 없이 하루가 메이저릴게임사이트 지나가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2년 차에는 휴가가 문제였다. 수족구, 독감 같은 전염병 시즌이 되면 갑작스러운 장기 휴가가 반복됐다. 그래도 1년 차보다는 나았다. '예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3년 차가 되자 단축근무를 시작했다. 집에는 상비약이 늘어났고, 웬만한 감기에는 대응 매뉴얼이 생겼다. 아이의 훌쩍임 바다이야기2 하나에도 감기 초기인지, 후비루인지 구분하게 됐고, 기침 소리만 들어도 기관지염인지 가래 때문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최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쳤다. 다리 골절로 한 달간 깁스를 해야 했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였다. 연말, 남편과 번갈아 가며 일주일에 이틀씩 휴가를 썼다. 남편은 다음 해 연차까지 끌어다 썼다. 그렇게 우리는 버텼고, 시간은 흘러갔다. 살얼음판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런데 이상했다. 상황이 정리됐는데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콧물 한 번, 재채기 한 번, 피부를 긁적이는 작은 동작 하나에도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또 소아과에 가야 하나?''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또 유행병이 도는 건 아닐까?'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만 봐도 놀라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일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내 쪽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느새 민감도와 불안도가 매우 높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회사에서는 '신선(神仙)'처럼 평정심을 유지하는 16년 차 직장인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희일비하며 줄타기를 하는 워킹맘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내 뇌는 지난 3년 동안 수없이 반복된 위기 경험을 학습했다. 아이의 아픔, 어린이집 호출, 갑작스러운 휴가, 팀의 눈치. 그 결과 위기관리 능력은 키워졌지만, 동시에 '위기 감지 센서'도 과도하게 발달했다. 전시 상황이 아닌 평시에도 아주 작은 신호만 있어도 내 몸과 마음은 즉시 전시 모드로 전환된다.
그래서 매사가 불안하다. 오늘 또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휴가를 또 쓰게 되면 팀원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올해도 평가는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지. 이런 생각들이 만성적인 눈치 보기로 굳어버렸다. 작은 문제도 차분히 관리하기보다, 위기처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불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 불안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3년 서울시의 '서울가족보고서'에 따르면, 0~9세 자녀가 있는 양육가정의 경우 '한국 사회는 부모 역할을 응원해 준다'는 문항에 대한 동의 수준이 엄마 2.3점, 아빠 2.5점(5점 만점)으로 엄마가 더 낮았다.
또한 서울연구원의 '서울 워킹맘·워킹대디의 현주소'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서울 맞벌이 가정의 경우 우울(24%), 불면증(21%), 불안(16%) 문제를 경험했다. 워킹맘의 하루 개인활동시간은 약 1.4시간, 가사 및 자녀 돌봄 시간은 3.4시간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부모로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돌봄 공백(53%)'을 꼽았다. 이는 비워킹맘 가정의 돌봄공백 어려움(30%)보다 높은 수치다.
▲ Unsplash Image
ⓒ kimsuzi08 on Unsplash
오후 1시의 복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들은 오후 1시 무렵, 사무실 복도에서 자주 목격된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학원 셔틀을 연결해야 하는 시간이다.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혹시 울릴까 긴장하며 서 있는 동료들이 많다.
"아이를 못 태웠어요."
학원 선생님의 전화 한 통에 그녀들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인다. 아이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도 쉽지 않다.
"엄마, 오늘 학원 안 가고 집에 가면 안 돼?"
그 말에 마음이 흔들리지만, 결국은 이렇게 답하게 된다.
"일단 셔틀 타. 다시 오니까."
부모를 혼자 두지 않는 사회
워킹맘의 불안은 '걱정이 많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역할과 구조, 돌봄 책임과 직장 성과가 동시에 요구되는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다. 어쩌면 이 불안은 일과 육아라는 두 세계를 동시에 책임지기 위해 발달한, 매우 현실적인 생존 감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워킹맘들이 신경쇠약에 가까운 불안과 우울 속에 방치되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일과 가정의 병행을 위해서는, 이 불안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사회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엄마가 더 강해지자"는 말이 아니라, 부모가 덜 불안해도 되는 사회적 장치다. 맞벌이 가정에 필요한 것은 돌봄 공백을 메우는 제도만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을 지탱하는 심리적 인프라다. 아이의 감기 한 번, 전화 한 통에 삶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부모 역시 돌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부모수업, 양육 코칭, 정서 지원 프로그램은 '육아 스킬'을 가르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불안과 죄책감, 눈치와 소진을 다루는 심리적 안전망으로 작동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일부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개 평일 낮 시간에 집중돼 있다. 이미 휴가와 돌봄 공백으로 지친 맞벌이 부부에게 또다시 휴가를 내고 참여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온라인 줌 교육, 전화 상담, 텍스트 상담처럼 근무와 돌봄을 해치지 않는 선택지가 함께 열려야 한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는 맞벌이 부모를 위한 집단 상담, 부모 코칭, 양육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공공 영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부모가 흔들리면 아이도 흔들린다는 단순한 진실을 사회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워킹맘의 불안은 나약함이 아니라 책임감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그 책임감이 개인의 신경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가 먼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부모를 혼자 두지 않는 사회로 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안유림 기자]
▲ boots
릴게임사이트 ⓒ daiga_ellaby on Unsplash
"엄마 배 아파."
"엄마 코 막혀."
"엄마 다리 아파."
대여섯 살 아이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아주 일상적인 말들이다. 그 릴게임 러나 직장생활 16년 차, 워킹맘 3년 차인 내게 이 말들은 일상을 흔드는 '트리거(trigger)'가 되었다. 워킹맘 3년 차가 다져온 심리적 평화는 얇게 깔린 살얼음판 같다. 1그램짜리 조약돌 하나에도 금이 가고 깨질 수 있는.
워킹맘의 전시태세
복직 첫 해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정시 출퇴근'.
골드몽게임 아이를 두 살에 어린이집에 보내며, 적응 과정에서 잦은 병치레를 겪었다. 출근길에 차를 몰다 그대로 방향을 틀어 집으로 돌아간 적도 많았고, 채 마시지 못한 커피를 사무실 책상에 올려둔 채 급히 퇴근한 날도 적지 않았다. 점심시간 운동을 할 때조차 휴대전화는 늘 진동 모드였다. 어린이집 호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아무 연락 없이 하루가 메이저릴게임사이트 지나가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2년 차에는 휴가가 문제였다. 수족구, 독감 같은 전염병 시즌이 되면 갑작스러운 장기 휴가가 반복됐다. 그래도 1년 차보다는 나았다. '예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3년 차가 되자 단축근무를 시작했다. 집에는 상비약이 늘어났고, 웬만한 감기에는 대응 매뉴얼이 생겼다. 아이의 훌쩍임 바다이야기2 하나에도 감기 초기인지, 후비루인지 구분하게 됐고, 기침 소리만 들어도 기관지염인지 가래 때문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최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쳤다. 다리 골절로 한 달간 깁스를 해야 했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였다. 연말, 남편과 번갈아 가며 일주일에 이틀씩 휴가를 썼다. 남편은 다음 해 연차까지 끌어다 썼다. 그렇게 우리는 버텼고, 시간은 흘러갔다. 살얼음판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런데 이상했다. 상황이 정리됐는데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콧물 한 번, 재채기 한 번, 피부를 긁적이는 작은 동작 하나에도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또 소아과에 가야 하나?''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또 유행병이 도는 건 아닐까?'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만 봐도 놀라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일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내 쪽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느새 민감도와 불안도가 매우 높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회사에서는 '신선(神仙)'처럼 평정심을 유지하는 16년 차 직장인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희일비하며 줄타기를 하는 워킹맘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내 뇌는 지난 3년 동안 수없이 반복된 위기 경험을 학습했다. 아이의 아픔, 어린이집 호출, 갑작스러운 휴가, 팀의 눈치. 그 결과 위기관리 능력은 키워졌지만, 동시에 '위기 감지 센서'도 과도하게 발달했다. 전시 상황이 아닌 평시에도 아주 작은 신호만 있어도 내 몸과 마음은 즉시 전시 모드로 전환된다.
그래서 매사가 불안하다. 오늘 또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휴가를 또 쓰게 되면 팀원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올해도 평가는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지. 이런 생각들이 만성적인 눈치 보기로 굳어버렸다. 작은 문제도 차분히 관리하기보다, 위기처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불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 불안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3년 서울시의 '서울가족보고서'에 따르면, 0~9세 자녀가 있는 양육가정의 경우 '한국 사회는 부모 역할을 응원해 준다'는 문항에 대한 동의 수준이 엄마 2.3점, 아빠 2.5점(5점 만점)으로 엄마가 더 낮았다.
또한 서울연구원의 '서울 워킹맘·워킹대디의 현주소'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서울 맞벌이 가정의 경우 우울(24%), 불면증(21%), 불안(16%) 문제를 경험했다. 워킹맘의 하루 개인활동시간은 약 1.4시간, 가사 및 자녀 돌봄 시간은 3.4시간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부모로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돌봄 공백(53%)'을 꼽았다. 이는 비워킹맘 가정의 돌봄공백 어려움(30%)보다 높은 수치다.
▲ Unsplash Image
ⓒ kimsuzi08 on Unsplash
오후 1시의 복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들은 오후 1시 무렵, 사무실 복도에서 자주 목격된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학원 셔틀을 연결해야 하는 시간이다.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혹시 울릴까 긴장하며 서 있는 동료들이 많다.
"아이를 못 태웠어요."
학원 선생님의 전화 한 통에 그녀들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인다. 아이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도 쉽지 않다.
"엄마, 오늘 학원 안 가고 집에 가면 안 돼?"
그 말에 마음이 흔들리지만, 결국은 이렇게 답하게 된다.
"일단 셔틀 타. 다시 오니까."
부모를 혼자 두지 않는 사회
워킹맘의 불안은 '걱정이 많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역할과 구조, 돌봄 책임과 직장 성과가 동시에 요구되는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다. 어쩌면 이 불안은 일과 육아라는 두 세계를 동시에 책임지기 위해 발달한, 매우 현실적인 생존 감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워킹맘들이 신경쇠약에 가까운 불안과 우울 속에 방치되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일과 가정의 병행을 위해서는, 이 불안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사회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엄마가 더 강해지자"는 말이 아니라, 부모가 덜 불안해도 되는 사회적 장치다. 맞벌이 가정에 필요한 것은 돌봄 공백을 메우는 제도만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을 지탱하는 심리적 인프라다. 아이의 감기 한 번, 전화 한 통에 삶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부모 역시 돌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부모수업, 양육 코칭, 정서 지원 프로그램은 '육아 스킬'을 가르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불안과 죄책감, 눈치와 소진을 다루는 심리적 안전망으로 작동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일부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개 평일 낮 시간에 집중돼 있다. 이미 휴가와 돌봄 공백으로 지친 맞벌이 부부에게 또다시 휴가를 내고 참여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온라인 줌 교육, 전화 상담, 텍스트 상담처럼 근무와 돌봄을 해치지 않는 선택지가 함께 열려야 한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는 맞벌이 부모를 위한 집단 상담, 부모 코칭, 양육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공공 영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부모가 흔들리면 아이도 흔들린다는 단순한 진실을 사회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워킹맘의 불안은 나약함이 아니라 책임감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그 책임감이 개인의 신경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가 먼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부모를 혼자 두지 않는 사회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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