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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미국과의 조선업 투자 합의 이후 상반된 표정을 짓고 있다. 기술력에서 우위인 한국은 미국 시장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반면, 자국 조선업 부흥이 우선인 일본은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오히려 한국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한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조선업계는 대(對)미국 직접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본 1위 업체인 이마바리조선의 히알짜증권
가키 유키토 사장은 지난달 23일 '2025년 3월 회계기준 결산' 발표에서 "지금으로선 미국에 대한 자본 투입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이날은 일본이 미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날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무역 합의 조건으로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은 일본보다 일주일가량 늦은 지난달 31일 마스가라는 이름으주식영웅문
로 1,500억 달러(약 209조8,500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 조선업계 내부에선 '제 코가 석 자'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닛케이는 "이마바리조선은 물론 많은 업체가 '미국에서 조선업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미일 무역 합의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와 업계 간 인식 불일치는 여전하다"고 짚었다. 히가키인터넷야마토
사장도 국토교통성이 미 조선업과의 협력을 요청했다면서도 "일본의 점유율은 13%까지 떨어졌다. 미국을 도울 상황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쓰인 '마스가 모자'가 지난 3일 책상 위에 놓여져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관세 협상 당시 한국이 미국에 제안한 모바일바다이야기
미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를 새긴 모자를 공개했다. 뉴시스


일본 조선업체들이 거리를 두는 건 1990년대 이후 한국, 중국의 혁신 노력에 밀리며 크게 떨어진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기술 혁신과 함께 몸집을 키우빠찡코
는 게 우선이기에 미국 조선업 지원에 시간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건조 환경이 취약한 점도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인건비가 가격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업체를 상대하기에 미국의 비싼 인건비는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다. 더욱이 현재 미국 업계의 선박 건조 능력은 중국의 2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라 강판에서 대형 선박 엔진, 프로펠러 모두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조달해야 한다. 닛케이는 "일본 업체가 현실적으로 미국에 기여할 수 있는 건 미 해군 함정의 정비 확대이지만,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업체들은)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은 업계 차원의 협업 강화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와 조선업계는 '마스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미국 프로젝트 따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닛케이는 "한국은 재벌그룹의 계열사라 업체 규모가 크며, 인력 활용 대책에서도 앞서고 있다"며 "일본 업체들은 체력이 약화됐고, 한국과 비교해 업계 재편이 뒤처진 터여서 대미 투자를 두고 (입장이) 한국과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