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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게임주소 ┿ 릴게임황금성오션바다 ┿♥ 51.rmk359.top ∃‘아티스트 웨이’를 읽은 모유진 작가는 핸드폰을 두고 노트와 펜을 챙겨 산을 올랐다. 그곳에서 자연을 만나고, 창조의 영감을 얻었다. 그림 모유진


대한민국은 참 바쁘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경부고속도로를 탈 때면 ‘이 많은 사람이 왜 아직도 도로에서 서성이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집이 지겹고 답답해질 만큼 오래 집에 머무를 수 있는 ‘여백’이 사람들의 삶에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럴 때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괜히 고양이를 집주인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 것 같다. 매일 잠만 자고 아침이 오자마자 서둘러 집을 나서는 나야말로 고양이가 사는 집의 세입자이다. 이럴 때 거실 한쪽 사각 어항에 살고 있는 구피와 빨간 새우들이 수초 사이를 사뿐ELW투자자교육
히 넘나드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침대에 누워 창문 밖에 보이는 나무 꼭대기가 얼마나 자랐나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울컥 올라오기도 한다.
글쓰기는 삶의 우선순위에 밀려 조용히 구석에 앉아 있는 작은 소망들을 떠올리게 한다. 살아내는 데에 벅찬 내가 말을 들어주지 않아 포기한 나의 소망은, 아이의 모습을 한 채 마음속 지하실에 웅크리고스켈핑방법
있다. 대화 좀 하자며 이따금 투정도 부렸던 그 아이에게 나는 “미안, 나 지금 오늘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어”라고 말하며 단호하게 밀어버린 적이 많다. 그러나 집 안에 음식물 쓰레기가 점점 불쾌한 냄새를 뿜어내듯이, 지하실의 아이가 토라지면 그 영향이 닫힌 지하실을 넘어 일상에 스며든다. 그들을 오래도록 무시해서 어떻게 대화하는지에 대한 기억을 점차 엔케이바이오 주식
잃어갈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글쓰기이다.



아티스트 웨이 l 줄리아 캐머런 지음, 박미경 옮김, 위즈덤하우스(2025)


‘아티스트 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모닝 페이지’이다. 눈을 뜨자마자 떠오르는 생증권이란
각들을 노트에 적어 석장을 채우는 것이다. 어떤 글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석장을 쓸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추상적인 말들, 이를테면 ‘오늘도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같은 말들로 운을 떼면 어느새 강아지처럼 옆에 붙어 쫑알거리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유진아, 건강보험료 내야 해! 그리고 흰 빨래를 돌릴 때가 되었어. 양말이하이닉스분석
떨어지고 있단 말이야.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지 않았어? 이제 창문 열고 외출하면 고양이들이 추워할지도 몰라.” 지하실의 아이가 떠드는 대로 모닝 페이지를 적다 보면 깜빡 잊을 뻔했던 중요한 일이 떠오르기도 하고, 갑자기 노래 가사나 아이디어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런 창조성을 발견하는 일은 모닝 페이지 경험자들 사이에서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다.
“나는 모닝 페이지를 정말 좋아합니다. 아니, 어쩌면 모닝 페이지가 저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모닝 페이지 덕분에 지금껏 장편 영화를 열세편이나 썼거든요.” 한 극작가의 말에 저자는 모닝 페이지를 다정하고 충실한 친구와도 같다고 했다. 우리 자신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부드럽게 이끌어주고, 자기 확신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에 치인 많은 사람은 이 친구를 지하실에 가두고 방치해 버린다. 우리에게는 살아내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매일 아침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에게는 ‘누군가의 아내’, ‘회사의 동료’ 같은 수식어들이 늘어난다. 그 수식어 앞에 ‘좋은’ 혹은 ‘신뢰할 수 있는’ 등을 덧붙이기 위해 꾸준히 책임을 짊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복리의 마법은 자산에만 붙는 것이 아니라 책임에도 붙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아티스트 웨이’는 ‘은퇴자들을 위한 안내서’로 불렸다. 눈을 떴을 때 당연히 가야 할 곳이 사라지고, 해야 할 일들이 없는 자유에 덩그러니 놓인 사람들에게 잊고 있던 소망과 창조성을 깨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래서 오십 줄에 들어선 후에야 ‘글을 쓰고 싶다’는 꿈에 도전해서 결국 극작가로 데뷔하고 상을 받은 기적들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 멋진 일을 은퇴 전부터 해본다면 어떨까? 다정하고 충실한 친구를 지하실에 홀로 두는 것이 아닌, 매일 약속을 하고 꾸준히 관계를 쌓아간다면 어떨까? 나와 꾸준히 신뢰를 쌓은 아이가 더 편안하게 창조적인 일들을 함께 나누지 않을까?
감사하게도 나는 ‘아티스트 웨이’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만났다. 전 국민이 ‘집돌이·집순이’가 되었던 시절, 나는 은퇴자들이 겪는 공허함을 미리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끝없이 밀려오던 과업이 모두 멈추고 나니,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때 ‘아티스트 웨이’는 내게 달콤한 선포를 했다. ‘일단 저질러라.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이 나타날 테니까.’
그래서 무작정 글을 쓰고, 곡을 만들었다. 집에서 얻을 수 있는 창조성의 한계가 올 때면 집 뒤에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책이 조언하는 대로 휴대폰을 두고 갔다. 혹시라도 찾아온 영감을 기록하고 싶어 후다닥 집에 오고 싶을까 봐 노트와 펜을 챙겨서 산을 올랐다. 낙엽이 바스러지는 소리, 바람에 잎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무해한 연주를 듣다 보면, 세상의 시끄러운 정보들로 혼탁해진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무들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자라난다. 누가 옮겨주지 않는 이상 태어난 그 자리에서 살아가기 위해 가지의 끝을 비틀어 햇볕 한줌을 더 받기 위해 애쓴다. 나무 한 그루에도 창조주의 놀라운 섭리가 담겨 있다. 책에서 안내하는 ‘아티스트 데이트’는 이처럼 세상을 지은 가장 아름다운 ‘신의 창의성’을 만나도록 이끈다. 신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 없다. 저자는 친절하게 신을 ‘유익하고 질서 있는 방향’이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대체해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내하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는 처음에 자기 별에서 키우던 유일한 장미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구에 와서 수많은 장미꽃을 보고, 자기 사랑이 특별하지 않았다고 느끼며 슬퍼한다. 이후 어린 왕자는 여우를 만났을 때 ‘길들인다’라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이 시간을 들인 만큼 무엇인가가 특별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자신이 기성품처럼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 좌절한다. 그때 이 문장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창조적 존재가 되어갈수록 우리의 삶도 예술 작품이 되어간다.’



모유진 작가


싱어송라이터·작가 모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