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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영빛차
등록일: 25-11-03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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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에 배치된 조기경보 레이더가 쿠릴열도 우측 상공에서 미확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감지한다. 백악관 상황실 감독관인 올리비아 워커 대위의 평온했던 출근길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뒤집힌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오발인지, 북한의 비정상적 핵미사일 실험인지, 아니면 이란의 수상한 도발인지 어떤 것도 확신이 불가능하다. 해상장비가 최초 발사 지점을 놓쳐서다.
데프콘2 발령.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누가 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ICBM이 미국 본토에 내리꽂히기까지 남은 시간은 20분. 타격 지점은 인구 1000만명의 시카고다.
신한은행 적금이자 '미국 본토에 핵이 떨어진다'는 발칙하고 도발적인 상상으로 채워진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가 최근 공개됐다. 전쟁 영화의 거성이자 여성 감독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 감독상을 거머쥔 캐스린 비글로의 신작이어서 주목을 끈다. 독특하게도 이 영화는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극장에 먼저 걸려 '선(先) 극장 개봉, 후(後) 넷플릭스 공개'의 새 올크레딧 신용등급 문법을 쓰는 중이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훈련, 참전, 희생, 귀환의 플롯으로 전쟁의 무의미를 곱씹는 옛 전쟁영화의 보편 문법을 완벽하게 비켜 간다. 피와 절규, 화염과 포연 따윈 나오지 않는다. ICBM 발사 이후 미국이란 시스템의 혼돈과 붕괴에 초점을 맞춘다. 국가안보부는 합동긴급대피계획을 실행하는 한편, 미국에 단 50기뿐 근린상가 대출 인 요격미사일 2발을 발사해 재앙을 무력화하려 하지만 두 발의 요격은 기대에 어긋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인간의 윤리'와 '국가의 본능'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쟁점은 이렇다. 'ICBM이 시카고 땅에 닿기 전에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인가.' ICBM 요격미사일은 이제 48기뿐인데, 시카고 타격 이후 핵 수량표현 을 탑재한 ICBM 수십 기가 미국 본토를 향한다면 그땐 종말이다. 군부는 부르짖는다.
"전쟁을 해보지도 않고 질 순 없다. 지금 쏴야 일부라도 살아남는다."
그렇다고 아직 미사일이 도착하지도 않은, 또 적국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핵 타격을 승인하기도 곤란하다. 남은 시간 2분.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영화는 방보증금대납 '남은 시간 20분'을 3개의 층위(군부, 정부, 대통령)에서 순서대로 보여주면서, 점차 깊숙한 진실을 향한다. 인간의 윤리적 판단의 속도가 시스템의 속도에 압도당할 때의 표정이 생생하다.
전쟁에 중독된 폭발물 베테랑을 다룬 '허트 로커',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비판적으로 다룬 '제로 다크 서티' 등 비글로 감독 작품의 팬이라면 그야말로 심장이 터질 만한 영화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플릭스패트롤 기준 85개국 정상에 올라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프랑켄슈타인'에서 시체 소생 전문가 빅터가 연구결과를 보고하는 모습. 넷플릭스
'선 극장 개봉, 후 넷플릭스 공개' 방식은 할리우드의 또 다른 거장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신작 '프랑켄슈타인'도 뒤따르는 중이다. '프랑켄슈타인'은 극장에선 이미 개봉했고 11월 7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있다.
북극을 탐험하던 배가 얼음에 갇힌 어느 날, 선원들은 얼음 한복판에 중상을 입고 쓰러진 빅터 프랑켄슈타인 남작을 배에 태운다. 빅터는 기이한 생명체(크리처)에게 공격을 받은 뒤였다. 빅터는 함선의 선장에게 자신의 삶을 들려준다. 하늘로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어린 빅터는 전쟁과 참형으로 사망한 시체 부위를 '잇고 꿰매' 이어붙인 뒤, 심장과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 소생하는 전문가였다.
크리처는 빅터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크리처는 빅터로부터 버림받는다. 신을 흉내 내려는 인간의 오만으로 창조주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 책임을 감당할 순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크리처는 창조된 피조물로서 빅터를 쫓으며 "나를 만든 자가 왜 나를 버렸는가"라고 질문한다.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1818년 SF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삼는데, 원작 주제인 '창조의 모순'을 넘어 스스로 사고하고 생성하며, 인간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을 환기한다. '우리는 그것을 왜 만들었고,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를 묻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역시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 인간 자신을 파괴하는 결과란 주제를 암시한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와 '프랑켄슈타인'은 내년 3월 오스카 진출이 유력해 보인다. 넷플릭스 작품임에도 극장에 먼저 공개된 이유는 '최소 7일 연속, 하루 3회 이상, 그중 한 번은 반드시 오후 6~10시 극장에서 상영돼야 한다'는 오스카 내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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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에서 시체 소생 전문가 빅터가 연구결과를 보고하는 모습. 넷플릭스
'선 극장 개봉, 후 넷플릭스 공개' 방식은 할리우드의 또 다른 거장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신작 '프랑켄슈타인'도 뒤따르는 중이다. '프랑켄슈타인'은 극장에선 이미 개봉했고 11월 7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있다.
북극을 탐험하던 배가 얼음에 갇힌 어느 날, 선원들은 얼음 한복판에 중상을 입고 쓰러진 빅터 프랑켄슈타인 남작을 배에 태운다. 빅터는 기이한 생명체(크리처)에게 공격을 받은 뒤였다. 빅터는 함선의 선장에게 자신의 삶을 들려준다. 하늘로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어린 빅터는 전쟁과 참형으로 사망한 시체 부위를 '잇고 꿰매' 이어붙인 뒤, 심장과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 소생하는 전문가였다.
크리처는 빅터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크리처는 빅터로부터 버림받는다. 신을 흉내 내려는 인간의 오만으로 창조주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 책임을 감당할 순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크리처는 창조된 피조물로서 빅터를 쫓으며 "나를 만든 자가 왜 나를 버렸는가"라고 질문한다.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1818년 SF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삼는데, 원작 주제인 '창조의 모순'을 넘어 스스로 사고하고 생성하며, 인간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을 환기한다. '우리는 그것을 왜 만들었고,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를 묻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역시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 인간 자신을 파괴하는 결과란 주제를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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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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