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민이 KT 대리점 앞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SKT 해킹당해서 KT 넘어왔는데 또 해킹당하고…안전한 통신망은 없는 건가요"
평택시 안중읍에 거주하는 신모(38)씨는 10년 동안 SKT를 이용한 고객이다. 그러나 잇따른 해킹 사고 소식에 불안함을 느껴 최근 KT로 통신사를 바꿨다.
안도감을 기대했지만, KT에서도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접하자 그는 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신씨는 "10년 넘게 쓰던 SKT를 그만둔 것도 해킹 때문에 걱정돼서였는데, KT로 옮겼는데도 또 해킹이 터졌다니 너무 불안하다"며 "통신사를 바꿔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출사기국내 주요 통신사에서 해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23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정적 인프라로 평가받던 통신망은 이제 해킹 세력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됐고, 국민의 개인정보와 자산을 위협하는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지난달 26일 광명에서는 KT 이용자들이 집단으로 소액 psp거치 결제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새벽 시간대 본인 동의 없이 모바일 상품권 구매나 교통카드 충전 결제를 당했다. 
광명에서만 26명이 약 1769만원, 금천에서는 14명이 약 800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총 피해액은 2억 원을 넘어섰다. 
해당 사건은 통신사 보안 체계가 해커의 주요 아파트 매매시 세금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 건수는 2023년 1277건에서 2024년 1887건으로 늘었다. 
불과 1년 사이 약 4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가 전체 침해사고의 32%를 차지해 가장 많은 피해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만 사금융 해도 신고 건수는 1034건으로, 전년 동기(899건) 대비 15% 늘었다.
공격 대상은 점점 확대돼 국가 연구기관까지 포함됐다. 2016년 이후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적발된 해킹 시도만 2776건에 달했고, 이 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528건으로 가장 많았다.
통신 3사 모두 해킹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법인회생 있다. 최근 SK텔레콤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큰 타격을 입었다. LTE와 5G 가입자 2324만 명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는데, 전화번호뿐 아니라 가입자식별번호(IMSI), 유심 인증키 같은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보안 위협이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로 격상된 만큼, 통신망 보안을 민간 자율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지적이다.
순천향대학교 정보보호학과 염흥열 교수는 "최근 해킹 사고는 통신사들이 정보보호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신사 스스로 취약 자산을 식별하고, 이에 맞는 보호 대책을 수립해 정보보호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대부분의 해킹 피해는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소비자에게 알려진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피해를 줄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전에 위험 징후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즉각 차단할 수 있는 체계적 고지·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희 기자wsx302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