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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기의 사나이' 사진 : 극단 명작옥수수밭


지난 전함야마토
칼럼에 이어 연극인 평론 열전을 계속 이어간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최원종 연출에 관한 이야기다.
존재를 확인하는 최고의 방법은 연극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분위기는 좀 특별하다. 동인제 시스템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동인제는 아니다. 창작 과정에서 공동으로 갖는 권리와 의무는 있지만 운영의 부담은 오로지 대표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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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동인제를 표방하지 않는 이유는, 운영의 의무가 단원에게는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 연출의 말이다.
"초기 3~4년은 동인제를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후에는 정확하게 방향을 바꿨죠. 단원들은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협력할 뿐, 동인으로서 운영의 부담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 의무가 지치모바일릴게임
거나 힘들면 극단을 떠날 수 있거든요. 제가 극단의 운영을 전담하고, 작업 과정에서는 동인제 성격을 갖는 것으로 절충하게 된 거죠."
그런데도 대표 배우인 김동현은 자발적으로 12년 동안 변함없이 똑같은 개런티를 받고 있다. 같은 연극인으로서 극단의 무게를 함께 지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 때문이다.
누가 과일 장사를 시예시
작하거나 비빔밥 가게를 열면, 모두가 달려들어서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장사가 잘돼야 연극을 계속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집단생활을 하던 극단의 공동체성이 이들에게 보이는 이유는 이런 모습 때문이다. 각 단원은 서로의 생활 환경과 개인적인 고민에도 관심을 갖고, 서로를 지지대로 해 지치지 않도록 단단하게 묶어주시원스탁
고 있다.
이들을 좋아하고 후원하는 많은 사람은 이렇게 가족적인 헌신으로 서로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는 모습을 가장 신기해하고 자랑스러워한다.
"우리 극단이 모두 가족이냐고 묻는 분이 계세요.(웃음) 대개 정해진 시간에 모였다가 각자 할 일을 하고 흩어지는 극단과는 분위기가 다르거든요. 저희에게 중요한 건 연극을 계속할 수 있게 서로를 격려하고 도와주는 일이에요."
20대에 연극을 시작해서 40대가 된 연극인 중에 경제적인 문제를 겪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이상과 현실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 않는 사람도 드물다. 최원종 연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와 부인도 있고 나이도 적지 않은데,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노후가 너무 대책이 없었다.
그래서 한번은 여러 작가와 의기투합해 TV 드라마를 써보기로 했다. 6편을 먼저 써서 투자 가능성도 확인받았고, 18부까지 확장도 했다.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투자를 약속받았는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세 작가는 모두 말이 없었다. 이제 겨우 시작점에 섰는데 벌써 지친 기분이었다.
그때 누군가 연극 이야기를 꺼냈는데, 갑자기 서로 신이 나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날, 그들은 다 같이 깨달았단다.
돈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고 돈만으로는 안되는 게 있다는 것. 연극을 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었다는 것.
그날 이후로 연극으로는 돈을 벌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연극으로 돈 벌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연극을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얼마나 가졌는가로 순위를 매기자면 돈이 없는 사람은 바닥 저 밑에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연극을 하면 이만큼 높은 곳에 있는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있게 돼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최고의 방법은 연극이에요."
현재 최원종, 차근호가 운영하는 희곡작가학교 '라푸푸서원'에서는 거의 매년 신춘문예 당선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그마치 3명의 당선자가 라푸푸서원에서 나왔다.
정원 5~6명이 한 반으로 꾸려지고 3개월 단위로 단계를 조금씩 올리다가 1년쯤 되면 신춘문예 작가가 한두 명씩 생겨난다. 라푸푸서원의 홈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있다.
"희곡은 자신이 진정으로 쓰고 싶어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장르입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쓰거나,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닙니다. 오직 자신이 살아온 삶 속에서 깨닫고 경험한 것들에 집중해서 그 안에서 써야 하는 글입니다. 그것이 가장 감동스럽고 보편적이며 환호받을 수 있는 대중적인 글이 됩니다."
다른 누구보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점에서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단원 워크숍 과정도 비슷하다. 매년 새로 뽑은 신입 단원은 자신의 이야기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발표한다. 극단에서는 단원 스스로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연출 초기에는 단원을 뽑아서 정말 매일 열심히 연습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많은 배우가 힘들어하다가 하나둘 극단을 떠나갔다.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훈련을 고통스러워하는 게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그들은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것보다 어디에서도 확인받지 못한 존재감, 그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연극을 하러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그것이 충족되고 나면, 단원은 진정한 배우가 되려고 남는 사람과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이들로 나뉜다.
현재 극단에 남은 단원은 그렇게 최대 20년을 함께 하는 동료다.



연극 '세기의 사나이' 사진 : 극단 명작옥수수밭


"바라는 게 있다면, 연극도 뮤지컬처럼 한군데에서 좀 길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큰 규모의 작품은 제작비가 매번 처음처럼 들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자주 여러 번 할 때 솔직히 힘이 많이 들거든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오래, 많이, 길게 공연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어요."
최근 국립문화공간재단이 설립되면서 재단이 운영하게 될 국내의 많은 문화공간과 극장의 범위, 역할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극장 등의 문화공간 운영을 고려한다면, 정부 지원이 필요한 기초예술 분야의 요구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조사해야 한다. 좋은 레퍼토리를 개발해도 공연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없는 예술계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 연출은 정직한 것을 마주할 때 느끼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사람이다. 필자는 작지만, 소중한 연극의 가치가 그를 통해 지켜지고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고 느꼈다.
혼탁한 곳일수록 그의 맑은 기운은 어둠 속의 빛처럼 찬란하게 빛을 낼 것이다. 명작옥수수밭의 20년과 20년 후의 그의 모습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선연(線緣) 김수미. 연극 평론가
▲ 전 월간 '객석' 연극전문 기자. 현 중랑문화재단 문화정책사업팀장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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