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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에 있는 맨홀 아래에서 숨진 70대 남성 A씨는 사고 당시 서류상으로 일용직 근로자였다. 그러나 곧 하청업체로 소속이 옮겨져 맨홀 작업 등을 계속할 신세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폭염 속 유해가스가 가득한 맨홀 아래 위험한 작업은 '직고용'을 가장한 일용직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들의 몫이었고, A씨는 두 집단의 공통분모였던 셈이다.
'서류상 일용직'…폭염 속 고위험 작업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배관공인 A씨는 사고 당시 서류상으로는 원청업체인 H사 소속 노동자였다. 해당 누수 복구공사에서 H사와 일용직 근로계약을 맺고 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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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투입된 상하수도 누수 긴급 복구공사는 시민들의 수돗물 공급과 직결되는 만큼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H사는 지난 5월 서울특별시 아리수본부 남부수도사업소와 '2025년 남부 관내 상수도 긴급 누수 복구공사' 장기 단가 계약을 맺고 약 46억 원을 벌어들였다. 계약에 따라 6월까지 긴급 누수 복구공사와 불용관 정비 공사바다이야기꽁머니
등 총 1800건의 공사를 해야 하는데, 정작 현장에는 일용직 A씨 등이 투입된 셈이다.
작업 특성상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특히 필요시에는 유해가스가 존재할 수 있는 맨홀 안으로 직접 들어가야 하는 밀폐공간 작업이기도 하다. 밀폐공간 작업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밀폐공간에 출입하기 전에는 산소·혼합가스 농도를 측정해야 하고황금성
, 유해가스 발생 위험이 있을 경우 공기호흡기나 송기 마스크 등 호흡기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이 외에도 밀폐공간 외부에 감시인을 배치하고 상황으로 상시로 확인해야 하는 등의 작업 절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A씨는 일용직 노동자 신분으로 이같은 고위험 작업을 수행해 왔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정 문제를 겪는 일용직 노동자는 보통 고용주에게 오늘의중국증시
취약한 처지에 놓인다.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안전조치가 미흡하더라도 강하게 항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안전교육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A씨는 지난달 27일 금천구 가산동에서 상수도 누수 긴급 복구공사 작업을 하다가 쓰러졌다. 당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37도에 달했다. 사고 직후 소방 당국이 측정한 맨홀 내청약
부 산소 농도는 4.5% 미만이었다. 통상 적정 산소 농도는 18~23.5%이며, 안전 기준치인 18% 아래로 떨어지면 질식 위험이 크다. A씨는 공기호흡기나 송기 마스크 등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다가 지난달 28일 새벽 숨졌으며, A씨를 구하기 위해 맨홀 아래로 몸을 던진 굴착기 기사 B씨도 아직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사고 직전 하도급 승인 요청…'직고용' 가장한 하청 운영?



연합뉴스



그런데 H사는 사고 발생 이틀 전인 지난달 25일, 공사를 발주한 남부수도사업소에 '하도급 사전 승인 요청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도급 대상은 상하수도 설비업체인 S건설. S건설은 이미 H사와 굴착기·덤프트럭 등 장비 임대차 계약을 맺고 해당 공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업체 간 임대차 계약만을 맺어놓고 사실상 하도급 형태로 운영하다가, 뒤늦게 적법 절차를 밟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A씨 역시 실질적으로는 S건설 소속으로 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부수도사업소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까지 S건설 소속 직원이었으며, H건설과의 일용직 근로자 계약은 지난 6월에서야 체결됐다. "H사라는 업체는 들어본 적도 없다"는 유족 측은 A씨가 S건설의 대표 밑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 상태였다. 실제로 취재진이 찾은 A씨의 빈소에는 S건설과 대표 이름이 적힌 근조화환은 있었지만, H사의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고 당시 A씨를 구하러 맨홀에 들어갔다가 쓰러진 또 다른 70대 노동자도 S건설 소속 굴착기 기사였다.
종합하면 A씨는 원래 S건설에서 일하던 노동자였지만, 해당 공사에서 계약상으로는 H사의 일용직 근로자로 일했고, 또다시 H사의 하도급 업체가 될 예정이었던 S건설의 소속 노동자가 될 수순이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소영호 정책국장은 "도급사와 근로계약만 그렇게 맺고 위장된 방식으로 노동하는 경우가 전국적으로 많다"며 "안전조치가 제대로 안 되지 않을뿐더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A씨는 불안정한 고용구조와 '위험의 외주화' 속에서 숨진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됐다.
한편, 서울 금천경찰서와 고용노동부는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며 A씨가 사망하게 된 경위 등을 면밀히 조사하는 한편 A씨를 둘러싼 각종 계약 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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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ssuk@cbs.co.kr
진실엔 컷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