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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채현채 등록일: 25-08-0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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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죠. 자신이당신이 떠난 지 8년, 천국에서 만나 다시 손잡을 날을 기다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얀 눈길 밟는 걸 참 좋아했던 천사 같은 여자. 몇 십 만 원짜리 손목시계를 나이 먹어 평생 처음 사줬는데 사방팔방 자랑하고 다녔던, 참 소박했던 당신. 명동에서 태어나 서울 한복판이 고향이라고 자랑하면서도 명동을 갈 때마다 어떻게 가는 거냐고 묻던 순진했던 사람. 별것도 아닌데도 늘 활짝 웃어주었던 이쁜 당신. 차 타는 걸 유난히도 좋아했고, 피아노는 친구, 성경책이 애인이었지요.
천국 가기 몇 달 전에 인사동에 가서 저녁 먹고 차 한잔하며 행복해하던 그런 사소한 날들이 떠올라요. 오사카 신사이바시에서 악기 구경하면서 서로 어설프게 즉흥 연주할 때 한전텔레마케터 쑥스럽게 웃던 모습도 생각이 나요. 싱가포르에서 8㎜ 동영상 카메라 들고 계속 당신만 쫓아다니면서 찍느라고 난 관광도 못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네요.
더 늙어 불러 보려고 ‘당신’이라고, ‘여보’라고 부르지 않았는데, 당신이 없는 지금은 날마다 당신 사진을 보면서 여보라고 불러요. 이렇게 나 혼자 앉아 있게 될 줄은 몰랐어요. 당신이 복리이자 있을 땐 아껴두었던 ‘사랑해’라는 말을 당신 사진을 보면서 매일 하고 있어요. 웃기지요. 언젠가 당신 손주 온이가 와서 할머니 사진에 뽀뽀해주라고 하는데 눈물 나서 혼났어.
오늘도 당신 사진을 보며 한참 동안 주저리주저리 혼잣말을 하게 되네요. 옛날 20대 후반에 방배동 ‘동산교회’에서 성탄절을 앞두고 당신이랑 둘이서 밤을 새워 트리 장식 원리금 균등상환방식 을 만들며 참 행복했었지요. ‘시냇가 푸른나무 교회’ 성가대에서 당신은 반주하고 나는 지휘하고, 그렇게 3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함께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요. 둘째 아들 혁이도 교회에서 각종 찬양단, 성가대 등에서 오랫동안 정말 많은 반주 봉사를 했지요.
이제 조금 있으면 당신이 떠난 지 벌써 만 8년이에요. 남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 번호이동 남은 할부금 잊힌다고 얘기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얼마 전 당신이 누워 있는 산소에 가서 꽃들도 모두 바꿔줬는데 혹시 보았는지 모르겠네. 혼자 가서 실컷 울다가 당신이 좋아하는 ‘내 구주 예수를’ 찬송을 색소폰 연주해주다 또다시 눈물이 났어요. 며칠 전엔 피아노 치며 노래 부르다 엄청 울었어요. 김광석의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불렀거든. 그 노래는 진 nice신용평가정보 짜 이제는 부르지 말아야 하는데….
나 혼자 살아있어서 정말 솔직히 미안해요. 당신이 떠난 후 일기장에서 봤어요. ‘하나님께서 남편을 데려갈 거 같은데 그러지 마시고 대신 나를 데려가 주세요’라고 써 있었지요. 뭐하러 그런 기도를 해서 그렇게 먼저 떠나간 건지….
여보, 나 많이 힘들어요. 해병대 출신이라고 센 척, 잘난 척만 했었는데 요즘은 여기저기 아프다오. 몇 년 전엔 목디스크 수술하고 혼자서 며칠 동안 어두운 방구석에 누워 끙끙댈 때 참 슬프더라고요. 얼마 전 애들이랑 식사하면서 나란히 앉아있는데 그 옆에 당신이 없는 게 얼마나 허전하던지 ….
당신 아들 둘은 각자 사업하느라고 많이 바빠요. 혁이는 2년 전에 육류수입 회사 차렸고, 건웅이도 인터넷쇼핑몰 하면서 경기도 시흥에서 고깃집을 열심히 운영하고 있어요. 나도 몇 가지 일하면서 엄청 바빠요. 색소폰 출장 레슨도 하고 명동과 충무로 노래교실 스타강사예요. 백석예술대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참관하러 많이 와요. 당신은 상상도 못 했던 보안요원, 한강에서 쓰레기 치우는 청소부, 또 새벽부터 오전까지 고속터미널에서 일하는 안내요원 등…. 당신의 기도 덕분에 나와 건웅이, 혁이, 며느리 남조, 그리고 손주 온이, 훈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 아 참, 당신 둘째 손주 훈이는 못 봤지? 이번에 보니깐 엄청 컸더라고. 하늘나라에 있으니깐 벌써 알고 있으려나.
여보, 당신이 매일 읽던 성경책 속의 당신 메모들을 보면 억장이 무너져요. 자가당착에 빠져 사는 남자가 평생 고생만 시켰는데도 잘 참아줘서 고마워요. 사랑해, 미안해, 그리고 너무 보고 싶어. 목소리도 정말 듣고 싶어. 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요.
당신의 영원한 남자 서덕원
‘그립습니다·사랑합니다·자랑합니다·고맙습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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