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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사> 스틸 컷 /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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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차려진 식탁. 생선을 씹고 있는 아빠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그것을 경멸하듯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 역시 그러하다. 이 소리 없는 전쟁터의 한가운데 있는 ‘나’는 갖가지 화제를 던지며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만 소용이 없는 듯하다. 모든 것이 어긋나고, 늦어버렸다는 것을 알아버린 그날 저녁. 그것이 우리 가족의 마세이브존I&C 주식
지막 저녁이었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이사>는 엄마 아빠의 이혼을 막기 위해 투쟁하는 11세 소녀 렌코(타바타 토모코)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법 괜찮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엄마는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고, 아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술만 홀짝거리며 시간을 보낸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빠의 구직 상태와 상관없이 렌코는 유라테크 주식
아빠가 좋기만 하다. 아빠가 이사를 하는 그날까지도 렌코는 동네 강둑에서 아빠와 복싱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인데, 아빠의 빈 자리가 렌코에게 너무 컸던 것이다. 엄마는 이제 본인 성을 가지고 독신으로 살 수 있다며 신난 듯 보이지만 렌코는 아빠가 그리워서, 정확히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던 때가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다. 학교의 아이바다이야기 게임
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렌코를 다른 이혼 가정의 아이들과 함께 낙인을 찍고 놀려 대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대단한 작전이 필요하다. 가출도 뻔하고, 단식투쟁도 약하다. 렌코는 결국 엄마 아빠의 이혼을 막을 신묘한 전략을 세운다.

스틸 컷 / 출처. 네이버 영화" class="thumb_g_article" data-or아주캐피탈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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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사> 스틸 컷 /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는 1993년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서 처음으로 공개, 상영됐다. 4K 디지털로 복원된 이 작품은 2023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를 통해 다시 한번 공개되면서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해외 (재)개봉이 이루어진 것이다. 영화를 연출한 소마이 신지 감독은 <태풍 클럽>(1985), <여름정원>(1994)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감독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소마이 신지 감독은 키타노 타케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과 함께 1990년대 일본 영화의 작가주의를 전 세계적으로 확장 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신지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사>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부모의 이혼을 바라보는 소녀의 시선을 통해 급변하는 가족 시스템과 가부장의 붕괴를 우화적으로 그린 수작이다. 특히 영화가 ‘이혼’이라는 제도를 소개하거나 정의하는 방법은 매우 복합적이고 흥미롭다. 아직 이혼이 대중화되기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이혼은 단지 렌코가 겪는 절망과 고통의 원천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이혼은 때로는 사회적 차별의 대상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부장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여성의 유일한 선택지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에 만들어진 <이사> 속 이혼은 놀랍도록 진보적이고, 다각적인 시선으로 그려진다. 이는 어쩌면 가족에 대한 무관심으로 (아내로부터)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 당한 남자를 중심으로 하는 로버트 벤튼 감독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80)보다도 더 첨예하고 깊이 있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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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사> 스틸 컷 / 출처. 네이버 영화


결과적으로 부모의 이혼을 막기 위한 렌코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아니, 그것은 실패라기보다 순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렌코는 엄마 아빠의 재회를 위해 꾸민 주말여행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만난다. 그 많은 것들 중에는 화려한 불꽃놀이도 있고, 마츠리(축제)가 끝난 후 타버린 기둥들이 있으며 우연히 만난 노인도 있다. 렌코는 밤새도록 이 모든 것들을 탐험하고, 돌아오는 기차에서 그동안 숨겨놓았던 엄마의 이혼서류를 엄마에게 돌려준다. 아이러니하지만 이혼을 통해 세 가족은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엄마는 그토록 원했던 그녀의 (결혼 전) 성을 되찾아 새로운 정체성으로 살아갈 것이고, 아빠는 마침내 가족의 ‘따스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렌코는 ‘어른이 되는 길’을 습득한 듯하다. 그것은 완벽하고, 행복하지만은 않지만 다채롭고, 신비로운 길이다. 소마이 신지의 <이사>는 아빠의 이사로 시작하지만 모두의 이사를 암시하며 끝을 맺는다. 유년으로부터, 과거로부터, 그리고 속박으로부터. 이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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