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단독자로서 자족적인 삶을 살며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고 오히려 누군가를 돌보는 데 열심인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우리나라에서 열집 중 세집 이상은 혼자 사는 집이고, 혼자 사는 열집 중 네집에선 60살 이상이 혼자 산다. 혼자 사는 할머니. 예순을 눈앞에 둔 내게도 머지않은 미래다.
비혼, 이혼, 별거와 사별 등 여러 이유로 혼자 사는 노인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독거노인’의 외롭고 추레한 이미지 대신 혼자 나이 드는 사람들이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다른 상상이 필요하지 않을 골드몽게임 까. 그런 생각이 들 때 맞춤한 책이 어른을 위한 그림책 안내자 박서영(필명 무루)이 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모티프로 삼은 독서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그림이 “글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감정에 닿는다”고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글로 감정을 더 잘 이해하는 고리타분한 사람이었다. 저자가 릴게임신천지 사려 깊은 글로 이끌어주지 않았더라면 어린이용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림책에 이토록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걸 영영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균열과 틈, 변수와 모험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성장에 관한 이야기, 어느 연령대든 체감할 수 있는 성장을 다룬 그림책 이야기들이 매혹적으로 펼쳐진다. 성장은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다. 평생에 황금성오락실 걸쳐 살아온 시간과 경험, 맺은 관계,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가져다주는 좋은 것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대하는 태도가 켜켜이 쌓여서 노년이 완성되는 거니까.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성인이 읽기에 좋은 책이지만, 오늘은 이 책에서 소개한 혼자 사는 할머니가 주인공인 그림책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나 모바일릴게임 이 든 작가들의 그림책에는 한결같이 자기 삶을 아름답게 꾸려가는 멋진 할머니들이 등장한다. 그림책 속 할머니들은 모두 혼자 잘 살아간다. 먼 곳에서 찾아오는 가족이 있거나 동네 사람들과 교류를 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집 안에서 그들은 철저히 단독자”다. 자기 삶을 홀로 꾸려나가는 모습이 전혀 초라하지 않다. 누구의 도움도 필요치 않으며 오히려 누군가를 돌보 바다신2게임 는 데 소질이 있다.
집 앞 공터에 정원을 가꾸며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마을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할머니, 자기와 다른 존재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할머니, 미치광이 노인네 소리를 들으면서도 온 마을에 꽃씨를 뿌려 마을을 온통 꽃밭으로 만든 할머니, 일흔살에도 새로이 꿈을 찾아 생의 기쁨을 누리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들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아끼는 마음이 자신을 초과하는 사람. 그래서 타인과 타자에 대해 애정과 연민을 느끼며 마음을 나누는 사람.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마음속에 또렷한 흔적을 남기는 사람.”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 누군가를 아끼려면 그 마음이 얼마나 커야 하는 걸까. 평생 자기 자신은 뒷전이고 가족을 돌보다 온몸이 부서질 지경이 된 현실의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돌보는 할머니들에 대한 예찬에 선뜻 합류하기 꺼려지지만, 이야기는 판타지다. “어느 방향으로든 열릴 수 있는 마음의 다른 이름”인 판타지에 실려 저자가 들려주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할머니들의 마음이 스민 구체적인 몸, 노동하는 손이 눈에 띈다. 반복된 노동으로 단련된 손. 거칠지만 재주가 많은 손. 무언가를 살려내는 손.
“쇠락해 가는 삶의 이면에 분명 점진해 나아가는 생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하는 그림책 속의 할머니들은 읽는 이들에게 나도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좋은 습관을 지닌 노인”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뭐라도 “가꾸고 고치고 만들어낼 줄 아는 손”을 가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작은 것이라도 만드는 소소한 기술을 몸에 새겨 내 삶을 간수하고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비법을 하나 가진 노인이 되고 싶다.
이 책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저자가 번역한 이탈리아 그림책 ‘할머니의 팡도르’의 주인공이 그런 사람이다. 할머니는 외딴집에 혼자 살면서 고단한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죽음이 나를 잊어버린 게야” 무심히 중얼거리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이제껏 알려진 적도 없고 어디에도 기록된 적이 없는 비법”으로 마을 아이들을 위한 디저트와 빵을 준비한다.
과일과 계피가 든 솥으로 황금빛 귤을 폭포수처럼 쏟아 넣으며 빵에 넣을 소를 만들던 할머니는 자신을 데리러 온 죽음의 사자, 사신에게 “그러지 말고 간이나 좀 봐줘요” 하면서 주걱을 사신의 입속으로 쑥 밀어 넣는다. 사신은 번번이 달콤한 맛, 고소한 냄새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면서도 할머니를 데려가는 자기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조바심이 나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빨갛고 따뜻한 그림에 실려 묘사되는 할머니와 사신의 ‘밀당’에 웃으면서도 피해 갈 수 없는 결말을 알기에 마음이 슬퍼지는 이야기다.
할머니는 빵 반죽이 숙성되기를 기다리며 할 일을 마저 마치기를 바라지만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혼자 살던 오두막에서 사신마저 경탄하는 달콤한 삶의 맛을 만들어낸 뒤 그 맛을 아이들과 나누고 때가 되면 떠난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에 저자가 쓴 것처럼 “때를 기다리고 소중히 여기고 작은 기쁨을 함께 나누며 어떤 위화감도 없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삶”의 모습이다. 이런 이야기처럼 살다가 갈 수 있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판타지일까. 이번 크리스마스엔 팡도르를 먹어봐야겠다.
작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l 무루 지음, 오후의소묘(개정판 2025)





할머니의 팡도르 l 안나마리아 고치 글, 비올레타 로피스 그림, 정원정·박서영(무루) 옮김, 오후의소묘(2019)





‘할머니의 팡도르’의 주인공은 자신을 찾아온 죽음의 사신에게 자신이 만든 빵을 시식해보라며 권하는 유쾌한 ‘밀당’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