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야기를 조금만 해 볼까? 물가가 어떠니 먹고 살기가 팍팍하니 하는 이야기가 아닌 세계의 두뇌들이 내놓은 경제학적 이론들 말이다. 기자가 되고 싶어 선택한 경제학은 수학의 세계였고 수학이 싫어 문과를 선택한 나는 경제 수학이라는 전공필수 과목을 만나 분노했다. 오직 숫자와 그래프만으로 그려낸 세상 먹고 사는 일이 돌아가는 이야기. 그렇게 4년을 공부하며 가장 많이 접했던 영어 단어는 Marginal(한계)이었다. 한계 수입(MR), 한계 비용(MC) 그리고 이 두 곡선이 만나 기업이 이루어야 할 수익의 최대화 지점, 소위 최적점. 기업은 이러한 숫자에 의지해 얼마만큼의 자원과 인원을 투입할 것인가로 바다이야기예시 지금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영화 한 장면 /갈무리


하지만 이러한 이론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주어진 모든 변수가 고작 2~3개이며 이를 제외한 경우의 수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하 모바일릴게임 지만 세상일이 그럴까? 개인마다의 능력치가 달라 사람의 명수로만 결정되지 않는 것이 생산력이다. 뿐인가? 능력치라는 것이 비단 물리적인 것만 아니라 정서적인 것도 포함이니 숫자로는 산출할 수 애당초 없다. 그럼에도 기업은 도출한 변수투성이 숫자를 핑계로 한 가정의 삶과도 연결된 직업을 빼앗고는, 이것도 변명이라고 '어쩔 수가 없다'며 일관한다. 뭐 달리 내 신천지릴게임 놓을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이 분명하다.

25년이라는 탄탄한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도 인원 조정이라는 참사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전 그의 생활은 완벽이라 표현해야 할 만큼이었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천재성을 지녔다는 딸아이의 레슨비는 턱도 없어졌으며, 구석구석 애정을 들인 집마저도 내놓아야 할 바다이야기다운로드 상황. 하니 재취업이 시급, 이곳저곳을 지원해 보지만 자신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든 터무니 없는 생각, 잘 나가는 제지회사의 관리자가 사라진다면? 여기까지 생각이 이른 만수는 이제 해서는 안 될 무서운 계획을 세운다. 어느 분야에나 경쟁자는 있는 법, 그들의 이력서를 확보한 만수는 자신보다 우위에 있다 생각되는 자들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그 릴게임방법 리고 선택된 두 명의 경쟁자, 그리고 현 관리자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끝. 마음이 한없이 약해지지만 만수는 어쩔 수가 없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하여, 그리고 그들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영화 한 장면 /갈무리


이전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말러의 교향곡 5번의 4악장 아다지에토가 사용되어 화제를 모았기에 과연 이번 영화에는 무슨 곡이 들었을까 궁금했지만, 이는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 해결되어 버렸다. 꿈결처럼 아름다운 시칠리아풍의 악상. 바로 '모차르트'(W. A. Mozart)의 '피아노협주곡 23번' (Piano Concerto No.23 in A major, K.488)으로 곡의 2악장이다. 곡은 영화의 초반 행복한 만수의 가정을 비추며 내내 흐른다. 그간 생소한 작품들을 영화에 사용했던 이력이 있기에 약간 김이 빠지기도 했지만 뭐 괜찮다. 워낙 아름다운 곡이 아닌가? 그리고 이 곡은 이전의 칼럼에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로 소개한 바 있다. 강철 여류 피아니스트 유디나의 삶과 함께 말이다. 하니 찾아보실 것을 권하며, 그렇다면 그동안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통해 등장했던 클래식 곡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라면 복수 3부작 중 두 영화를 소개해야 할 것이다. 영화 '올드보이'에 등장하는 곡은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1악장으로, 자신을 가두었던 곳을 찾아온 대수가 업자들의 이를 뽑는 장면에 등장, 서슬 퍼런 복수의 심정을 날카롭게 보여주었다. '친절한 금자씨'에는 워낙 많은 곡이 쓰였지만, 금자의 테마로 불렸던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치오 중 24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권총을 겨누고 자신과 딸을 해하려던 이들을 향해 걷듯 뛰던 금자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영화 한 장면 /갈무리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영화 '아가씨'로, 예상 못 한 반전이 매혹적이었던 영화다. 어디에 클래식이 흘렀는가 묻는다면 대답하기 너무도 편하다.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낭독 장면에 흘렀기 때문으로, 프랑스의 작곡가 라모의 '탕부랭'이다. 동요에 박식하신 분들이라면 '우박'이란 노래의 선율로 기억하실 것이다. 탕부랭은 통이 긴 북을 말하는 것으로, 욕정의 절정에서 요동치는 신사들의 심장 소리처럼 들려왔다.
그리고 영화 '어쩔 수가 없다'에서 다시 한번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의 작품이 등장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처음으로 제대로 소리를 내어주는 딸의 첼로에서 흘러나오던, 마치 온 세상이 거꾸로 뒤집힌 듯 묘했던 선율. 바로 '마랭 마레'의 '르 바디나주' (Le Badinage)로 가벼운 농담이라는 뜻이다. 이는 자신의 행복을 지키려 남의 목숨마저 빼앗는 잔인한 흐름을 장난처럼 묘사한 연출이 의도적이었음을 피력하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것을 빼앗는 시대를 비웃는 것만 같다.

영화 '박쥐'에 등장하는 곡은 바흐의 선율로 칸타타 작품 번호 82번 '나는 만족하나이다' (Cantate BWV.82, 'Ich habe genug')이 사용되었는데, 바로크 오보에의 매력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곡이다. 박찬욱 감독의 첫 헐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에서는 의외의 곡이 등장하니,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미니멀리즘 시대를 대표하는 현대 작곡가 필립 글라스의 '듀엣'이란 곡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인디아와 찰리가 함께 피아노를 연탄하는 장면에 흘러 마치 유령과의 정사를 묘사하는 듯 미스터리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는 말러 곡이 사용되어 비록 세상에는 잊혀지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싶던 서래의 마음을 전했다.




영화 한 장면 /갈무리


'어쩔 수가 없다고? 그럼 나도 어쩔 수가 없지.' 그랬더니 '그럼 나는 또 어쩔 수가 없지'가 되돌아온다. '어쩔 수가 없다'는 말로 자신에게 내리는 면죄부들. 초등학교 시절, 책상 선을 넘어오지 말라며 경고하던 것이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연필로 넘어온 손등을 찍었던 기억. 받은 만큼만 돌려주면 될 것을, 아니 그냥 넘기면 될 것을 더하고 더하여 일어난 사달이었다.
마침내 만수는 얻고 싶은 것을 얻었지만 3명이나 되는 목숨을 딛고서였다. 그럴 가치가 있냐고 묻는다면 만수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만수는 다시 어쩔 수가 없는 어느 입장에 의해 해를 당하더라도 변명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 어쩔 수가 없었던 또 하나의 인물이 있으니, 바로 만수의 부인이다. 남편의 행각을 알아챈 그녀는 또 어쩔 수 없이 모른 척을 한다. 그리고는 위로라며 내뱉는 말이 어이없고도 안스럽다. '어쩔 수가 없다'는 핑계로 세월을 허비한, 사람이 죽기 전 가장 후회한다는 그 말이다.
"너무 열심히 살지 말지 그랬어"
/심광도 음악평론가
※필자 소개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편안한 쉼터, 뮤직파라디소를 지키는 뮤파지기입니다. 문화가 물질을 이기는 세상을 꿈꿉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