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상찬의 글 ‘관동학회 회고기’가 수록된 ‘학생’ 2권 6호/ 차상찬의 글 ‘관동학회 회고기’ 원문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 당당했던 옛 한국의 융희 2년(1908)경이었다. 조선왕조의 운명은 비록 바람 앞에 거의 꺼져 가는 촛불같이 숨이 곧 끊어질 듯 매우 약하였으나, 일반 민중의 깨달음은 나날이 새로워졌다. 서울은 물론 지방도 말할 것도 없이 학교나 학습소 같은 곳이 마치 비 온 뒤의 죽순과 같이 곳곳에 생겨났다.

또한 지방 중 사이다릴게임 심주의로, 각 지방의 인사를 망라하여 서울에는 각 도의 학회가 일어났다.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 세 도는 ‘서북학회’라 하였고, 경기도와 충청도는 ‘기호학회’라 하였다. 경상도는 ‘교남학회’라 하였고 전라도는 ‘호남학회’, 강원도는 ‘관동학회’였다. 그 가운데 제일 먼저 일어나고 제일 유력하기는 물론 서북학회요, 그다음은 기호학회요, 그 밖의 학회들도 또 모바일바다이야기 한 상당한 세력을 가졌었다.
우리 강원도는 원래 백성이 가난하고 땅도 척박하고 교통도 또한 불편한 까닭에 여러 가지가 남보다 뒤떨어졌으나, 이 학회로 말하면 서북·기호를 제외하고 다른 타도보다 먼저 일어났고 활동도 또한 다른 도에 비하여 결코 부끄럽지 않았다.
처음에 시작하던 때로 보면 인물과 재정이 모두 빈약하다 보니, 황금성오락실 다른 도보다 사정상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 대신에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다른 도는 서울에 있는 인물들이 많은 까닭에 학회의 발기는 물론 이른바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주도하고 앞장섰지만, 우리 강원도는 특히 학생급에서 발기됐다. 그것이 관동학회의 한 특색이라면 특색일 것이다.
관동 유학생 중에 원주의 이만규, 이창우, 화천 김영대, 오리지널바다이야기 춘천의 엄규택 씨와 나는 평소에도 뜻이 같은 학생으로 항상 서로 교유하며 사회 돌아가는 일이나 정치에 대하여 많은 토의를 했다. 그때 각 도에는 사립학교가 많이 일어났고, 학회가 생기고 있었지만 유독 강원도에는 아무런 활동이 없음을 매우 애석하게 생각하고, 어찌하든지 강원도지방을 중심으로 하여 무슨 기관을 하나 설치하려고 열중하였었다. 그리하여 시간만 있 야마토통기계 으면 남의 학회도 서로 방문하여 그 회의 내용도 듣고 선진적인 인물도 찾아서 많은 의견을 들었다.
그러다가 한번은 기독교청년회관에서 기호학회 발기총회를 한다고 해서 나와 엄규택, 김영대 세 사람은 참관할 겸 구경을 갔다. 그 학회 회원 중의 어떤 중년 신사 한 분(지금 생각하니 유성준 씨인 듯)이 그 취지를 설명하는데, 말 중간에 “강원도는 교통이 불편하고 원래 사람의 슬기와 지식이 어둡고 어리석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우리 기호는”하고 일반 회원을 격려했다. 우리는 그의 말을 듣고 어찌나 분개하였던지 그 자리에서 성난 목소리로 꾸짖어 부르짖으며 “당신네가 기호학회를 하면 하였지 어찌 남의 도까지 모욕하느냐” 고 하고 그 자리에서 퇴장하였다.
그리고 그 즉시 김영대와 엄규택 두 사람의 하숙인 안동 대가리 대동기숙사(지금 이문당 자리)로 돌아와서 그들을 몹시 비난하고 꾸짖다가 다시 뉘우쳐 논의하되,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업신여긴 후에야 남들이 자신을 업신여긴다.’며 우리 강원도 사람들이 여태껏 아무것도 안 하니까 그러한 모욕을 하는 것이므로 우리도 남과 같이 학회라도 하나 발기하자고 하고 그 자리에서 서로 굳게 결심하였다. 다음날에 또 이창우와 이만규 두 사람과도 서로 의사를 주고받고 한편으로 서울에 있는 강원도 인사들의 성과 이름, 주소를 조사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학생들의 성과 이름, 주소를 조사하였다. 그다음 취지서와 규칙의 초안을 잡은 뒤 대동기숙사 위층에서 발기총회를 하기로 일방적으로 일자를 정하였다. 그리고 강원도 인사의 참가를 권유하는 위원을 뽑아서 집마다 방문하였다.
그들을 방문하는 중에는 내가 당한 일만 하여도 별 기괴한 일을 다 당하였다. 심의성, 남상학 같은 이는 “재경 관계상 기호학회에 가입했으므로 관동학회에 참가할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럴 터이면 호적도 기호로 옮기고 조상의 무덤까지 기호로 옮기라”고 극단의 말까지 하였다. 그러나 같은 소리에는 서로 응하여 울리듯이, 뜻밖에 찬성하고 동의하는 이가 많아서 발기총회 당일에 무려 오륙십 명이 출석했다. 그야말로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이 된다고, 일이 이같이 진행이 되니 그때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기쁜지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또 일도 우리의 손으로 직접 하는 것보다, 선진 여러분에게 미루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회장은 남궁억, 부회장은 박승빈(뒤에 정봉시로 바꿔 선임)이 맡았다.
임시사무소는 재동 이보훈 씨 집으로 정하고, 취지·규칙서 등을 인쇄하여 강원도 각 군에 배부하며 입회를 권유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동안에 회원이 수백여 명에 달하고, 여러 명의 유지가 기부도 해주었다.
이런 자금으로 종로 염전 뒷골(지금 관철동)에 있는 30여 칸의 기와집을 구입하고, 그 안에는 보통강습소와 측량학교를 설치하여 강원도 각 군에서 선발한 학생을 속성으로 가르치고, 또 관동학생친목회를 조직하여 매주 학술강연회와 토론회를 열었다. 한편 각 군에는 사립학교, 강습소 등을 설립하고 교원을 선발해 파견하며 여름철에는 학생친목회와 연락하여 각 군에 순회강연을 하였다.
그때의 일을 지금에 와서 자세히 기록하기는 어려우나 여하간 그때 한동안은 누구나 말할 것도 없이 그 학회를 자기의 집과 같이 생각했다. 서로 단결한 힘이나, 친애하는 우의로 보면 도저히 다른 도의 학회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모습이 많았다. 다만 경제의 곤란으로 다른 학회와 같이 잡지를 발행하지 못한 것이 유감이었다. 그러나 강원도 각 군에 끼친 이익으로 말하면 그 이상으로 더 많았던 것은 여기에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이와 같이 수삼 년을 내려오다가 합병 당시에 다른 학회와 같이 해산을 당하는 비운을 당하였다. 지금 그때 생각을 하면 또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동이 끝이 없다.
 
▶ 해설
차상찬의 ‘관동학회 회고기’는 젊은 날을 더듬는 소박한 추억담 같다. 하지만 이 글은 그저 옛일을 늘어놓는 회상기가 아니라, 강원 청년들이 스스로를 깨워 가는 기원담에 가깝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차상찬이 고향의 가난과 뒤처짐을 숨기지 않는 태도다. 그는 강원도를 ‘백성이 가난하고 땅도 척박하며 교통도 또한 불편한, 여러 모로 남보다 뒤떨어진’ 지역으로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이 진술엔 비굴함이나 자조가 없다. 오히려 오랫동안 ‘아름답지만 가난한 곳’으로 소비되어 온 강원도의 조건을 내부에서부터 직시한다.
이어 그는 관동학회가 “서북·기호를 제외하고 다른 타도보다 먼저 일어났고, 활동도 결코 부끄럽지 않았다”고 단언하며, ‘낙후한 변방’이라는 낙인과 자신의 실천 경험을 정면으로 충돌시킨다. 낙인을 거부하는 젊은이의 반박은 이렇게, 자기 연민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의 기억에서 나왔던 셈이다.
기호학회 발기총회에서 강원도를 무시하는 말이 나왔을 때, 차상찬 일행은 거침없이 항의하고 회장을 박차고 나온다. 핵심 장면이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이후다. 하숙집으로 돌아온 이들이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업신여긴 후에야 남들이 자신을 업신여긴다”고 말하며 분노의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린다. 모욕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우리’라는 자각, 그 뼈아픈 자기 책임의 인식이 관동학회 발기의 불씨가 된다. 상처를 계기로 자신을 깨우는 장면, 그 순간 분노는 하나의 희망찬 확신으로 바뀐다. 차상찬이 끊임없이 일본과 친일 인사들을 비판하면서도, 우리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잊지 않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제강점기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대중들의 자존감을 높이되 우리의 부족한 점도 꼭 집어 언급했던 그의 모습은 진즉에 완성형이었던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강한 고향 사랑이 곧장 전국적 민족 운동의 회로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관동학회 발기총회에는 강원도 출신뿐만 아니라, 서북학회 회원 안창호가 30원, 기호학회 회원 이희직이 논 일곱 마지기를 내놓는다. 강원 유학생들이 마련한 작은 둥지에 서북과 기호의 지도자들이 기꺼이 날개를 보태준 셈이다. 차상찬은 강원이라는 변방을 민족운동의 지도 위로 불러 올리는 매개자로도 선다.
관동학회의 구체적인 사업도 그의 고향 사랑이 감상적 정서에 머무르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그는 강원 각 군에서 학생을 선발해 속성 교육을 시킨 뒤 다시 각 군으로 돌려보내 사립학교·강습소를 세우게 한다. 서울에서 모은 인적·물적 자원을 고향으로 순환시키는 작은 펌프를 만든 셈이다. 강원 청년들에게는, 이 학회가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배워서 돌아갈 곳’을 상상하게 만드는 근대화의 실험장으로 기능한다.
무엇보다 여운이 남는 문장은, “학회를 자기의 집과 같이 생각하였다”는 고백이다. 여기서 ‘집’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강원 출신 청년들이 자기의 기원과 소속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상징적 공간이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는 차상찬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압축돼 있다. 어린 시절 청일전쟁과 을미의병을 목격하고, 훗날 동학군 학살의 참상을 기록하며, 금강산과 관동 명승을 유람한 선비들의 시선을 비틀어, 금강산 만폭동의 물에서 서울의 ‘생명수’를 보았던 그에게 고향은 늘 역사와 현재가 포개진 자리였다. 오늘날에도 강원은 소양강댐을 통해 수도권의 물과 전력을 공급하면서도, 정작 댐 상류는 각종 개발 규제로 묶이고 지역은 상수원 보호를 이유로 성장의 제약을 감내해 왔다.
차상찬의 시선은 이런 구조적 불균형의 초기 형태를 이미 감지하고 그에 맞서는 ‘지역의 각성’을 모색한 사례로 읽을 수도 있다. 고향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되, 그 열악함에 매달려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고, 조직과 교육, 연대라는 방식으로 사랑을 실천하려 했던 지식인의 얼굴이 보인다.
그래서 이 글은 혼란한 시기 지역 출신 지식인이 ‘변방’의 낙인을 애향과 민족주의의 자원으로 전환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지만 빛나는 증언으로 읽힌다. 동시에 강원이 관동팔경의 낭만과 탄광·댐 개발의 그늘 사이에서 줄곧 ‘필요할 땐 찾지만, 중심으로는 잘 올리지 않는’ 지역으로 취급되어 온 근대사의 아이러니도 환기한다.
그리고 이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작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도대체 어떤 대접을 받고 살고 계신가?”
이현준(한림대 강사, 차상찬기념사업회 이사)
△현대어 번역·해설=(사)차상찬기념사업회·이현준 한림대 강사 발췌문헌=차상찬 ‘관동학회 회고기’, 학생 2권 6호. 1930. 6. ‘차상찬전집 8’, 224~229쪽. ‘차상찬현대문선집1’ 202~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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