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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심장 남자만 육휴" "아이 태어나면 평생 노비"... 지금까지 이런 노랫말은 없었다 ⓒ 신나리



"정부에서 돈을 준다고 아이를 낳을 수 있나요? 저는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봐요. 당장 어떻게 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누가 아이를 보는지 맞벌이라면 일은 어떻게 할지 현실적인 문제가 시작돼요. 게다가 지금 세상에서 애를 낳는다고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할 수 있을까요.sk케미칼 주식
개인적으로 저출산 문제에 세계를 향한 사람들의 절망이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영문학자이자 극작가로 활동 중인 봉준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공연예술협동과정) 교수는 단어를 신중히 골라 말했다. '절망'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그는 11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초연하는 가극 '부부이야기'에 들어가는 14곡을릴게임 종류
작사했다.

청년의 고군분투 담은 '부부 이야기'










▲  가광희리츠상장일
극 '부부이야기'의 작사를 맡은 봉준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공연예술협동과정) 교수.


ⓒ 오푸스




'부부이야기'는 청춘 남녀가 만남에서 시작해 연애, 결혼, 출산, 육아의 과정을 마주하며 진흥저축은행 주식
겪는 고군분투를 담은 작품이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녀는 호감으로 발전, 연애로 이어졌지만 그 행복은 찰나다. 결혼을 약속한 커플은 예식장 예약에 눈치싸움을 하고, 시댁을 피해 전셋집을 구해야 하나 고민한다. 밀린 청소와 빨래 더미에서 함께한다는 만족을 찾기는 쉽지 않다. 새 생명을 잉태한 기쁨은 잠시, 권고사직을 받은 동료를 보며 다음엔 내 차례일까 불안해주식정보제공
한다.

현실 세계의 삶을 잘 드러낸 이 작품은 류재준 작곡가(서울국제음악제와 앙상블 오푸스 예술감독)의 구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7월 류 작곡가에게 가사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은 봉 교수는 여러 명의 20~30대를 인터뷰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들의 먹고 사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이를 바탕으로 작사했다.
10일 오후 '부부이야기'의 최종 리허설 전 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봉 교수는 "여러 청년들에게 연애와 결혼, 맞벌이 육아를 물으며 '현실'의 무거움을 체감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랑 말고는 가진 게 없는 젊은이들이 결혼식을 준비하며 겪는 사연을 듣고 '혼인신고 미뤄야 청약 대출에 유리해'라는 가사를 썼다. 현실을 듣고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학업 혹은 직장을 이어가야 하는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는 '내 집 없이 애 낳는 건 맨땅에 헤딩하기 / 애를 낳아도 이 월급에 도우미는 어림없어'라는 가사에 녹였다.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를 할 때 봉 교수는 종종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맞벌이 부부와 관련해 최근 나온 사회과학 서적을 많이 참고했어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더군요. 제가 살아온 시대에 비하면 남성이 양육과 가사를 많이 함께 하는 편이지만, 여전히 큰 부담을 짊어지는 건 여성들이죠. 깨어있고 트여있는 남자라며 최대한 가사와 양육을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거죠. 게다가 요즘에는 양가 부모님도 아이 양육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래서 '일찌감치 황혼육아 사절하신 친정 부모님 / 시누이 애들 봐주시고 탈진하신 시부모님'이란 가사도 쓰게 됐습니다."
결혼과 맞벌이 부부의 현실에 마음이 내려앉았다면, 최근 아이들의 사교육 이야기는 마냥 낯설고 놀라웠다. 무대 위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교육의 현실을 듣고 이런 작사를 남겼다.
'누구의 꿈이 새겨져 있나 알 수는 없어도초등학생 바쁜 일정 요일별로 어질어질이런저런 학원들을 쉬지 않고 누벼요.애 나이에 십만을 곱하면 한 달 치 학원비돌 봐줄 사람 없는 초등학생 보육비'
그는 "내 생각보다 더 사교육의 영역이 세분화 되고 전문화됐다. 줄넘기 학원, 종이접기 과외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어머 그런 것도 과외를 시키냐'고 반응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결국 둘이 한 가정을 이루고 살다 보면, 좀 비장해지죠. '부부이야기'에서 전셋집과 결혼, 신혼 초까지 이어지는 곡을 한번 잘 들어보세요. 군대 행진곡 느낌이 나고 전투적이고 비장해요. 그러면서 살짝 코믹하고요. 결혼하기 위해 온갖 장애물을 돌파해야 하니 거기에 잘 어울리는 곡들이죠. 그런데 결혼 후는 어떤가요. 더 많은 전쟁이 시작된다는 거 아시잖아요(웃음)."

이름 없는 남녀 주인공










▲  '부부 이야기'는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는 과정을 그린 창작 가극이다.


ⓒ 오포스




'부부이야기'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은 한 번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이는 이들이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지금, 이곳의 청년의 현실이라는 걸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봉 교수는 "캐릭터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은 아니다. 그보다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매우 보편적인 인물이 우리의 삶이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봉 교수 스스로는 캐릭터를 촘촘하게 구성했다. 과거 1년씩 총 3번의 연애를 한 남자와 한 사람과 3년여의 연애를 한 여자로 설정한 식이다. 그는 "이번 작품은 초연인데, 앞으로 여러 버전으로 곡과 이야기가 변주되어도 좋을 것 같다"면서 "누가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부부의 이야기는 재창조될 수 있다. 이 작품이 다른 무대에서 또 살아남으며 현실을 대변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현실을 깊이 들여다본 그는 최근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 정년을 1년여 남겼다는 그에게 관심 있는 주제를 물었더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 언어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이 언제부턴가 장모음 구별을 안 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수고롭고 고생스러워요. 모든 사람이 정확하게 발음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모국어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니까 모른 척할 수는 없죠. 심지어 리포터나 아나운서도 장단음을 틀리게 발음 하더라고요.
이게 왜 중요하냐고요? 우리 언어는 입안에서 많은 발화가 이뤄져 노동력이 좀 들어가는 편이에요. 이런 노력 없으면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고요. 또 거기서 오해가 발생할 수 있죠. 언어를 오래 고민하는 대신 상대방에게 툭툭 던지는 말을 많이 사용하게 되고요. 언어가 더 단순해지면서 우리의 대화는 거칠어지는 거 아닐까요."
그는 현실 언어가 '품위'나 '배려'를 많이 잃어가고 있다고 보는 듯했다. 서로를 향한 예의이자 상식을 갖춘 겸손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 봉 교수는 "지금은 말이 너무 험하고 빠르다. 개인적으로 좀 느린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이날, 90여 분에 걸친 리허설이 마무리됐다. 전체 연출된 공연을 보는 건 봉 교수도 처음이다. 무대 위 등장한 젊은 부부의 또래가 이 공연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을까 물었더니 "그럴 자격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다만 그는 "연애, 결혼, 저출산 등 청춘의 문제에 아무런 해법을 말할 수 없어서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 가극이 해결책을 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 시대를 포착해서 선율과 언어, 그리고 연기로 남길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명의 배우와 하나의 피아노로 이 시대 현실 남녀의 삶을 다룬 가극 '부부이야기'는 오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오페라를 만들어 온 장서문이 연출을 맡았고 성악가 이상은과 베이스 바리톤 한혜열이 각각 남녀 주인공으로 분했다. 피아니스트 임효선은 극 내내 피아노로 관계의 긴장감을 높이기도 하고 현실의 답답함을 풀어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