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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출생… 책방이름 줄줄, 서점가 추억
“최근 친구들과 갔는데 서점은 사라져…”
결국은 ‘글 쓰는 직업’… 1회 변시 합격
‘갑질 피해 점주들’ 변호하며 방송 인연
뉴스·시사교양 등 활약, 법률 쉽게 설명
본업에 도움… “예능 섭외는 모두 거절”
‘스포츠 덕후’ 인천Utd 2부 강등땐 눈물
매주 직관… 팀 고문 변호사로도 활동
1인 출판사 대표… “책 집필 집중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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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의 고문 변호사이자 오랜 팬인 손수호 변호사가 축구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7.24 /선형탁 인턴PD miertak0829@kyeongin.com



이번 아임프롬인천 주인공 손수호(4차트맨
7) 변호사는 셀럽으로 통한다. 시사교양 방송에서 고정 패널로 활약하면서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의 사건을 대리하는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인천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스포츠 덕후’로 유명한 그에게 새로운 별명릴게임 손오공
을 붙여도 될 것 같다. 바로 ‘인천 덕후’다.
■ 부평 책방을 좋아했던 소년



어린시절 부평에서 자란 손수호 변호사. /손수호 제공


“부평의 책방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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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인천 부평에서 태어나 당시 성모자애병원(현 인천성모병원)이 자리한 부평6동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손 변호사는 자신을 ‘부평 사람’으로 규정한다. “인천 부평을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어 바깥 동네를 잘 모르며 성장했다”는 그의 시야를 확장해준 것은 부평역 인근 책방들이었다.
어릴 적부터 손 변호사는 책방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세하 주식
했다. 당시 책방들의 위치와 이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책을 많이 읽었다기보단 책 구경을 많이 했었습니다. 부평북부역 쪽에 ‘한 권의 책’이라는 서점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때 자주 방문하며 구경하고 그랬어요. 이후 부평시장 쪽에 ‘한겨레문고’라는 서점이 생겼어요. 이후엔 ‘부평문고’가 생겼고요.”



옛 부평문고.


부평역을 기준으로 남쪽에 살았던 손 변호사에게 철길을 건너가야 하는 북부 쪽은 번화가였다고 한다. 그가 살던 부평남부역 인근에는 ‘동수서점’이 있었다.
“같은 건물에 동수 서점, 동수 독서실, 동수 목욕탕까지 종합문화시설 같았어요. 친구들 다 오락실 가고 할 때 책방에 혼자 가서 서점 주인 아주머니와 책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어요. 얼마 전 동네 친구들을 만나 추억의 공간에 갔는데 동수목욕탕만 남아 있고, 서점은 사라졌더라고요.”
오랜만에 만난 부평 동네 친구들 중 한 명은 아임프롬인천 54번째 주인공이었던 가수 ‘목비’다. 목비의 동생과도 가깝게 지내며 추억을 나눈 사이다.
마을 곳곳에 자리했던 작은 서점들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등장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한겨레문고’는 2005년에, ‘부평문고’는 2023년 문을 닫았다.
■ 본업에 충실한 ‘셀럽’ 변호사
그는 에세이 ‘사람이 싫다’(2021·브레인스토어) 머리말 첫 문장에서 변호사를 ‘글 쓰는 사람’으로 풀어냈다.
“다양한 법률 서면을 쉴 새 없이 작성한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표현으로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중략)… 해결하기 힘든 사건을 마주한 변호사가 긴 시간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물도 결국 글로 제출된다.”
어릴 적부터 책과 활자, 책방과 가까웠던 그가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손 변호사는 SK해운에 입사했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에 취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당시 인천을 연고로 하고 있던 야구단이 SK였습니다. 야구장을 자주 가며 응원할 때라 SK그룹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원 후 합격했습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할 때 마침 또 우리 팀이 야구를 엄청 잘했어요. ”



SK해운 재직 시절 문학 야구장에서 열린 계열사 야구 대회 출전했던 모습. /손수호 제공


이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뒤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책과 글을 좋아했던 그는 법과 판결문 등 많은 기록물을 검토하고 살펴봐야 하는 변호사 일에 조금 더 빨리 다가설 수 있었다고 한다.
“변호사가 된 다음에도 무엇을 할 것인지 많이 고민을 했던 거 같아요. 법률가로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포츠 법률이라든지, 연예계 사건사고 등 영역이 조금씩 확장되면서 성과도 나면서 즐겁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
2013년 그가 수임한 사건이 KBS ‘추적60분’에서 다뤄지며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대기업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상대로 갑질을 당했다며 가맹점주들이 소송을 건 사건이었다. 의뢰인의 제보로 시작된 방송에 출연해 “어떤 사건이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한 1분이 시작이었다. 이후 YTN 생방송 뉴스, KBS ‘의뢰인K’에 출연했다. 예능 방송 섭외는 모두 거절했는데, 후회는 없다고 한다. 그는 어려운 법률과 사건을 의뢰인에게 쉽게 설명해야 하는 변호사 일에 방송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을 맡아 승소한 경험도 많다. ‘전청조 사건’과 관련 남현희 전 펜싱 감독의 변호를 맡아 ‘혐의 없음 불송치’ 결정을 이끌어 냈다. ‘낸시 랭 이혼소송’과 함께 손 변호사의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한때 인천전자랜드 농구단을 이끌었던 유도훈 감독의 소송을 수임해 2024년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한국가스공사 측이 유 감독을 일방적으로 해임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 청구 사건이었다.
“열심히 했는데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 사건 자체가 얼마나 유리했느냐 불리했느냐와 별개로 수행한 변호사의 잘못처럼 평가됩니다. 그래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으면 정말 이기자’는 마음가짐으로 사건을 수임해왔고, 지금까지 큰 탈 없이 계속해 올 수 있었습니다.”
SK해운 보험법무팀에서 일했던 손 변호사는 박사학위 논문으로 해상법을 다룬 전문가이기도 하다. 최근 여야는 국회에서 해사전문법원을 인천과 부산에 설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인천 사람으로서 인천에 해사법원이 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가깝고, 서해 항로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인천의 입지도 중요합니다. 인천에 해사법원이 설치되면 지역경제에도 큰 이익이 됩니다. 인천 사람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일이 될 것 같아요.”
■ ‘성공한 덕후’ 스포츠 전문 변호사



인천구단 초창기 시절 문학경기장에 방문한 손 변호사. /손수호 제공


손 변호사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스포츠’를 빼놓을 수 없다. 스포츠 중계가 있는 날이면 초등학생이었던 그는 학교 끝나고 집으로 달려오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이야 채널도 많고, 인터넷으로 중계도 해주지만, 그때만 해도 아침에 신문을 받아서 오늘 오후 어떤 채널에서 무슨 경기를 해주는지 체크했어요. 오늘 11번에서 4시반에 탁구 최강전을 해주는구나, 9번에서 배구를 해주는구나 다 외웠죠. ”
스포츠를 좋아하는 많은 팬 중 1명이라는 그는 법조인으로서 스포츠 법률과 관련된 일을 하며 매일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손 변호사는 인천유나이티드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대한체육회 회규심사·자문위원으로 2019년부터 올해 4월까지 활동했다. 다양한 스포츠를 좋아했지만, 그에겐 축구가 제일이다.
‘드디어 인천 축구팀이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인천유나이티드의 시작을 지켜봤다. 매주 축구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이 ‘인생의 낙’이라고 했다. 홈, 원정 경기를 모두 챙기기 때문에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인천에 온다. 인천유나이티드 구장이 있는 도원역에서 동인천, 차이나타운, 월미도, 신포동까지 돌며 인천을 만끽한다고 한다.
“주말 방송 출연 섭외 등 중요한 섭외가 들어와도 축구 일정과 맞춰보고 결정할 정도입니다. 축구 좋아하는 것을 아는 방송작가분들은 경기 일정을 보고 토·일 중 골라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축구 경기는 포기할 수 없어요. ”
지난해 말 인천유나이티드의 2부리그 강등이 결정되고 손 변호사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강등이 확정된 경기 끝나고 오는데 경기 때 의연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이 펑펑 나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팬들도 그랬을 것 같아요. 고문변호사다 보니 구단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고, 당시 구단의 안타까운 상황을 모르지 않고 있었어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고 노력했지만,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죠.”
손 변호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축구를 챙겨보며 그 어느 때보다 팀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사람이 어찌 보면 환경에 적응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2부리그 어떻게 하느냐 걱정이 컸는데 막상 경기를 보면 계속 이겨요. 이기는 게 너무 좋습니다. 지금 7월 말인데 홈경기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었습니다.”
손 변호사는 인천유나이티드를 ‘지역 밀착에 성공한 시민구단’이라고 평가한다. 과거와 비교해 가족 단위 팬이 많아졌다.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오는 부모, 10대 여학생의 경기장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민이라면 인천유나이티드를 당연히 응원하고, 경기장 한 번은 가봐야 된다는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인천 사람, 손수호의 꿈



본업을 제외하고도 방송인, 유튜버, 스포츠 해설가, 에세이 작가, 1인 출판사 ‘책과불나방’ 대표까지 여러 직업을 가진 손 변호사는 앞으로 책을 쓰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한다. ‘스포츠 법률’ ‘대형 사건’ ‘미제 사건’ ‘여행’을 소재로 한 글을 준비하고 있다.
손 변호사에게 인천은 “뿌리이자 정체성”이다.
“방송국에서 김구라 선배처럼 인천 사람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습니다. ‘나도 인천이다 너도 인천이지?’ 이런 얘기로 시작되는 끈끈함이 강합니다. 저는 인천 출신임을 항상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직장과 일 때문에 서울에 나와있지만, 결국 저는 인천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손 변호사의 꿈은 명확하고 확고하다. 인천에서 자신의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다.
“앞만 보며 열심히 뛰어오면서 좋은 성과도 있었고, 유무형의 결과물들을 만들어냈어요. 근데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뿌리인 인천에 가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정말 행복해지기 때문에 인천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바닷가 쪽 특히나 개항장 쪽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싶어요. 작은 서점이 수익적인 측면에서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적자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만들려고요. 그렇게 하려면 얼마간은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도록 지금 서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50세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해야죠.”



/백효은 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