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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해 다주택자 논란에 휩싸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이 중 한 채를 시세보다 4억 원이나 비싸게 매물로 내놨다가 입도마에 올랐다.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민심이 심상치 않아 한 채에 대해선 자녀 양도에 이어 처분까지 약속했는데, 정작 부동산중개소에 내놓으면서 억대 차익을 노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이 원장은 시민단체 시절부터 다주택자 차량연비계산 고위직 임용을 반대해왔으며, 금감원장 취임 시 부동산 대출과 집값 상승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던 인물이다. 이랬던 그가 대출정책을 주관하는 금감원장 자리에 앉아 정부의 얼음장 같은 부동산 규제 속에서 강남 아파트 호가를 끌어올리면서까지 사익을 챙기려 했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를 끝내겠다던 이재명 정부의 장담은 어디로 갔나.
부산 직장인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 원장 매물은 22억 원으로 부동산중개소에 나왔고, 이는 최근 실거래가인 18억 원보다 4억 원이나 비쌌다. 이 원장 측은 당초 시세대로 내놨으나 부동산중개소가 가격조정을 했다고 이유를 댔다. 하지만 집주인 동의 없이 공인중개사가 매매가를 올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 원장은 이날 논란이 커지자 다시 18억 원으로 회생상담 가격을 내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매매가 이뤄졌지만 국민 분노를 잠재우기엔 이미 늦었다.
부동산 규제가 효과를 내려면 고위직의 솔선수범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물론 갭투자 논란과 부적절 발언으로 사퇴한 이상경 국토교통부 차관에 이르기까지 이재명 정부 인사들이 드러낸 '부동산 내로남불'은 모두 수준 이하다. 2020년 김조원 전 공인인증서 대출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 원장이 그랬듯 시세보다 2억 원 비싸게 아파트를 내놨다가 이를 끝내 팔지 않은 채 공직을 떠나 비난을 받았다. 이런 고위직이 잇따르면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고 정권마저 내놨다. 이재명 정부 또한 문재인 정부 패착을 따르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김 전 수석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이 원장을 잇는 또 다른 후안무치를 화장품 영업 용납한다면 제아무리 추상 같은 부동산 규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