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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가 갈 길은 세 가지가 있대요. 교도소, 정신병원, 죽음. 제 주변 사람들이 떠나는 걸 보면서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향정신성의약품 '졸피뎀' 중독에서 벗어나 회복 중인 작곡가 한동휘(29)씨는 최근 서울 은평구에 있는 그의 음악 작업실에서 기자와 만나 단약(斷藥)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몇 해 전만 해도 약에 취해 운전대를 잡거나, 라면을 끓이다 불을 낼 뻔한 일을 반복하곤 했다. 2020년 잠이 오지 않아 병원에서 처방받은 졸피뎀이 화근이었 한국sc은행 다. 졸피뎀은 몽유병, 환각, 이상행동, 건망증 등 인지 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가 처음 졸피뎀을 처방받았을 때만 해도 '마약중독자'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잠이 안 온다고 하니까 병원에서 '자기 전에 한 알만 먹으면 된다'며 약을 처방해 줬다"며 "어떤 부작용과 위험성이 있는지 의사로부터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 캐피탈사 였다. 약을 먹고 자다가 비틀거리며 냉장고를 뒤지고, 밤중에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그의 모습을 보고서야 이상함을 느꼈다. "약을 먹고 나면 '블랙아웃'이 오는 데 무의식 중에 위험한 행동을 하는 거죠.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서 정신이 들면 늘 휴대전화와 차 키부터 찾아봤어요."

처방 이력 확인 없이 '무분별 처 한국자산관리공사 방'...상처 남긴 '마약 중독'
그제야 심각성을 알게 된 한씨와 가족들은 치료를 시도했다. 입원치료와 공동체 생활을 병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단약은 쉽지 않았다.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사로 잡혀 ‘병원 쇼핑’에 나선 것도 여러 번이었다. 하루에 병원 서너 곳을 돌며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한씨는 “약을 받아 내는 건 어렵지 않았 수영 감우성 다. 내과, 이비인후과, 심지어 피부과에서도 처방 이력 확인 없이 약을 그냥 처방해줬기 때문”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번번이 단약에 실패해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다시 상처를 남겼다. 약 기운이 사라지면 또다시 실패했다는 자괴감과 분노에 휩싸였다. 때로는 폭력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한씨의 어머니 김지연(57)씨는 “그 상태에서는 아무런 말 실사진 과 행동이 소용없다. 그저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한씨도 가족을 생각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서 포기하면 작곡가로서의 꿈도, 가족의 행복도 다시 찾을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컸어요.”

완치 없는 마약 치료...치료·회복 기관 턱없이 부족



마약 중독을 극복한 뒤 작곡가로 활동 중인 한동휘씨가 27일 서울 은평구 작업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단약을 위해 이를 악 물었다. 입원 당시 73kg였던 몸무게는 퇴원할 때 100kg까지 늘었다. 금단증상으로 인한 식욕을 제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동체(제주순오름치료센터)에서 만난 다른 중독자들과의 대화와 운동을 통해 버텨낼 수 있었다. “뇌에서 자꾸 약을 넣으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그때마다 공동체에 계신 분들과 약을 복용했을 때 겪었던 부정적 경험들을 공유하고 의지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한씨는 1년 가까이 약을 끊고 있는 상태다.
마약 중독 치료는 완치가 없다. 평생 경각심을 갖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한씨는 “(단약에) 성공하는 사람은 100명 중 1명 정도로 극히 드물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외래 진료를 받고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진행하는 상담을 지속하고 있다.
치료의 시작은 ‘내가 중독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한씨는 “대부분의 중독자들이 형사처벌 위기에 놓이거나, 극단적인 상황이 되어서야 자신이 중독 상태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했다. 문제는 그때조차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마약 중독자 치료 기관은 사실상 한씨가 치료받았던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국립부곡병원 2곳뿐이다. 공동체 기반의 회복 시설도 많지 않아 입소하려 해도 수개월 대기하거나 고액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간 극복... 작은 용기 될 것"



마약 중독을 극복한 뒤 작곡가로 활동 중인 한동휘씨가 27일 서울 은평구 작업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한씨의 바람은 회복 중인 사람으로서 다른 중독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저도 처음에는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수없이 포기하고 싶었지만 의지를 놓지 않는 이상 결국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습니다.” 그가 음악 작업을 다시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씨는 자신이 만든 곡을 지난 23일 서울시가 주최한 마약퇴치 행사에서 중독 극복을 위한 뮤지컬 엔딩곡으로 선보였다. 제목은 ‘너에게 닿기를’. 중독자들이 흔히 느끼는 고립감과 막막함을 담았다.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혼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치료를 시작하기만 하면 도움을 줄 사람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 첫걸음에 작은 용기가 되고 싶습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