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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님이 한번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주민들 생존권이 달린 문제입니다." 2018년 6월 경기도지사 당선 직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성남시장 시절 '시장 동기'였던 최대호 안양시장이었다. 수천 명의 주민들이 악취와 먼지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수십 년에 걸쳐 아스콘·레미콘 공장을 차례로 품어온 안양 연현마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곧장 안양으로 달려갔다. 도지사 취임 사흘 만으로, 지사로서 첫 민생현장이었다. 간담회가 열린 비좁은 아파트관리사무소는 주민들로 가득 찼 삼성물산 고, 이내 민원을 쏟아내는 성토장이 됐다.
축구장 서너 개와 맞먹는 규모의 공장단지가 돌아가면서 화학약품 냄새와 분진은 물론, 온종일 드나드는 레미콘·덤프트럭 등으로 "살기 힘들다"는 호소였다.
거친 민원에 도지사 이재명은 담당부서 직원들을 곁으로 불러 '즉석회의'에 들어갔다. 화두는 주민 제안이기도 했던 '공공개발과 연 한국장학재단 로그인 계한 공장 이전 방안'을 어떻게 구체화하느냐였다.
"업체 입장에서도 이익을 나눌 수 있어야 합리적 해결이 가능하지 않겠어요? 사업자들도 흔쾌히 참여할 길을 열어줘야죠. 경기도와 안양시, 주민, 사업자 등 4자 협의체로 해결합시다."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이재명의 약속'이었다.
재시동 걸린 직업군인 되는법 '李의 약속', 공장 철수 협의+설계 구체화 수순



안양 연현마을을 둘러보고 있는 이재명 당시 지사의 모습. 오른쪽은 최대호 안양시장. 안양시 제공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올해 아스콘 업체 측이 재 스파크 후속 산권 침해라며 제기했던 소송전에서 안양시가 최종적으로 웃으면서 관련 공공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안양시는 아스콘 제조사 A업체와 연현마을 공원 조성사업 관련 소송전을 이어온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 사업에 재시동을 걸었다.
A업체가 2021년 4월 제 농협카드대환대출 기했던 도시관리계획결정 취소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공장부지를 공원화하기로 한 안양시 결정은 타당하다"는 원심 판결을 최종 인정했다.
이로써 사법적 걸림돌을 제거한 시는 이 대통령이 지사 시절 최 시장과 함께 공언했던 '시민 공간으로의 탈바꿈'을 본격화하고 있다.
핵심은 어떻게 기존 공장과 종사자들을 안정적으로 철수시키느냐다.
법적 판단으로 일단 공장은 전면 가동을 멈췄지만, 갈등 없는 원만한 업체 이전과 해당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은 숙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녹지공원 조성의 타당성은 인정받았지만, 업체 철수를 강제할 순 없어 협의부터 집중해야 한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연현마을 일대 아파트 단지. 박철웅 PD


이에 시와 사업시행자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공장부지에 대한 감정평가와 보상 협의, 지장물 철거 계획 등을 논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공장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직원들에 대해 유사 업종·업체의 고용승계를 유도할 지원책 마련에도 고심 중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했던 각 주체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합리적 해결'을 위한 접근법으로 읽힌다.
아울러 공원 조성에 드는 사업비 730억 원은 전액 GH에서 부담하는가 하면, 그간 안양시가 보유한 일부 공업물량을 인접한 과천시에 넘겨주는 협의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소송전으로 지지부진했던 점을 감안해 시는 실시계획 변경을 통해 사업기간을 연장하고, 사업 밑그림에 주민들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조만간 설명회도 마련할 방침이다.
공장이 있던 자리를 도심 속 녹색 쉼터로 옷을 갈아입혀, 친환경적인 놀이‧여가‧체육‧문화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게 시의 목표다.
안양시 관계자는 "업체 철수 과정에서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장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협의에 노력하겠다"며 "이후엔 시민공원 로드맵을 보다 세밀하게 그릴 것"이라고 밝혔다.
연현마을 '고통의 역사'…선거 핫이슈→파워 행정으로 돌파



안양 연현마을 녹지공원 조성사업 위치도. 안양시 제공



연현마을 아스콘 공장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로변 외진 곳에서 아스팔트 콘크리트 제조로 시작해 점차 레미콘 제조 등으로 40년간 몸집을 키워왔다.

하지만 2000년대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하게 들어서며 상황은 달라졌다. 악취와 먼지, 교통 위험에 대한 입주민들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반발이 극에 달한 건 발암물질까지 공식 검출되면서다. 2017년 3월 공장 인근 한 초등학교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A피렌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검사를 통해 검출됐다.
이를 이유로 안양시가 공장 이전 추진을 공식화하고 아스콘 제조시설 설치신고 반려와 악취 배출허용기준 강화 등 강력 대응했지만, 업체의 저항에 부딪혀 난항을 겪어야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문제는 이듬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안양지역의 '핫이슈'로 떠올랐고, 급기야 도지사의 첫 행선지가 됐다. 전국적 이목이 쏠렸던 계곡 불법시설 철거에 앞서 이재명표 '파워행정'을 엿볼 수 있는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이재명표 실용주의로 빛 되찾아"



안양 연현마을 일대 항공사진. 박철웅 PD



공장 이전을 위한 공공사업 추진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8년 7월 주민간담회를 계기로 처음 추진하려 했던 사업은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고속도로와 인접한 특성상 방음벽 설치 등 700억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문제가 됐다. 다수 시민에게 혜택을 돌릴 수 있는 시민공원 조성으로 방향을 틀게 된 배경이다.
과제는 또 있었다. 기존 공업용지를 반납하고, 동시에 공원조성을 위한 녹지복구 면적의 법적 조건을 확보해야 했다.
이를 위해 안양시는 공업용지 물량을 과천시에 양보하는 대신 과천시로부터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훼손지 복구 물량을 넘겨받는 합의를 꾀했다. '협상의 기술'로 이웃과 상생을 도모한 것이다.
과천 3기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훼손면적의 10~20%를 복구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안양의 훼손지(연현마을)를 복구하는 조건으로 과천시가 공원조성비도 분담하는 방식이다.
가장 높은 장벽은 법적 공방이었다.
2020년 8월 시는 A업체를 상대로 악취방지법·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을 적발해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고, 이어 이듬해 1월 공원조성을 위한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고시한 뒤 같은 해 5월 실시계획인가 고시까지 마쳤다.



2018년 8월 연현마을 환경피해조사 연구용역 착수보고회에서 최대호 시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안양시 제공


그러자 A업체가 도시관리계획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공원조성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업체와의 소송전은 앞서 제기된 실시계획 인가 집행정지 청구를 비롯해 공장운영 관련 소송과 각종 민사소송 등 11건에 달했다. 시는 전담팀을 꾸려 전면전을 벌였다.
그러고는 올해 6월 대법원이 행정결정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안양시 손을 들어줘 연현마을을 온전히 주민들 품에 돌려줄 공원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이 대통령의 실용적 사고방식과 애민정신이 빛을 보게 된 것"이라며 "안양시와 관계 기관, 기업 등이 합심해 사업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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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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