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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은 이미 촬영 며칠 전에 차은우와 함께 찍은 ‘Free’ 커버 영상의 티저를 〈엘르〉에 보내왔다. 그 전날 공개된 ‘있지’의 멤버 예지와 함께 ‘How it’s done’의 킬링 파트를 부른 릴스는 순식간에 수십만 뷰를 기록했고, 다음 날에는 걸 그룹 ‘아일릿’과 함께한 직장인할인 ‘Golden’ 챌린지 영상이 업로드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K팝 아이돌을 실제로 만나 협업하게 됐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이 일이 직업인 당사자들이 우리 영화를 인정하고 사랑해 준다는 건 굉장히 뜻깊은 일이죠.”



노란 저고리와 치마, 머리에 꽂은 뒤꽂이는 도고산 모두 Orimi.


‘헌트릭스’라는 3인조 K팝 걸 그룹의 노래와 팬들의 긍정에너지가 세상을 구한다는 줄거리의 애니메이션의 글로벌한 히트를 미리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전세계 넷플릭스 는 물론 스포티파이와 빌보드 차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에 점령당했다.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 사금융연체대출 이 이토록 사랑받은 것은 〈겨울왕국〉(2013) 이후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배우 아덴 조(Arden Cho)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헌트릭스의 메인 보컬인 루미를 연기했다. 감독인 매기 강을 비롯해 한국계 프로듀서들이 여럿 참여한 이 작품은 팬데믹 시절에 본격적으로 기획된 것으로 알려져 1000만원 굴리기 있다. 모든 것이 멈췄던 시기, 콘텐츠가 끊이지 않고 공급되며 온오프라인에 구애받지 않는 기술력으로 K팝은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한 바 있다. “맞아요. 다들 갇혀 있고, 우울하고 힘들던 시기에 온라인 콘서트 같은 게 힘이 됐죠. 개인적으로 빅뱅이나 2NE1 때부터 K팝의 인기를 실감했지만, 지금 K팝이 완전히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고 있는 건 대구파산 사실이에요.”
마치 선대 헌터의 피를 이어받은 루미처럼 미국에서 자랐지만 아덴의 몸에는 진작부터 K팝이 흐르고 있었다. “전 완전히 핑클과 S.E.S. 세대예요. 베이비복스도 정말 좋아했고요. S.E.S.가 우리 영화에서도 잠깐 나와서 정말 좋았어요. ‘너를 사랑해’를 따라 부르며 한국어를 연습했거든요.” BTS를 보러 라스베이거스까지 가기도 했다. “미국에서 K팝 가수 콘서트를 하면 한국인이나 동양인들만 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정말 먼 곳에서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와요. 미국 팝스타들의 공연도 엄청나지만 K팝 공연은 또 다르잖아요. 우리 작품에 구현된 응원봉 같은 디테일처럼 말이죠. 전 BTS도 일찌감치 좋아했거든요.” 사실이다. 구독자 53만 명인 아덴의 유튜브 채널에는 무려 8년 전에 BTS의 ‘Butterfly’를 커버한 영상이 올라와 있으니까.



치마와 저고리, 귀고리는 모두 Orimi.


되면 의문이 든다. 우리는 어떻게 아덴 조의 존재를 잘 모르고 살았을까? 아덴은 지금도 넷플릭스 시리즈 〈아바타: 더 라스트 에어벤더 Avatar: The Last Airbender〉의 속편 촬영으로 바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트너 트랙 Partner Track〉(2022)의 단독 주연으로 활약했다. 클리니크 등 글로벌 브랜드의 뷰티 모델로도 두각을 나타냈고, 2010년대에 이미 MTV 드라마 〈틴 울프 Teen Wolf〉의 ‘키라’ 역할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니 이쯤 되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아덴에 대한 정보를 직접 확인해야 할 시간이다. 예를 들어 2004년 시카고 진으로 뽑혀 미스코리아 후보로 서울을 방문했다는 사실 같은 것. 질문을 건네자 아덴은 “맞아요. 그걸 어떻게 찾았어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이 추천해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어요. 제 키가 163cm거든요. 미스코리아는 꼭 키 크고, 완벽해야 되는지 그런 기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지금처럼 한국과 미국을 자주 오가지 못하던 시기였다. “처음으로 대한항공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오랜만에 한국에 갔죠. 그것 만으로도 신났는데 대구 언니, 부산 언니…. 너무 예쁜 한국 언니들이 잔뜩 있고, 숙소에서 나오는 한식이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10kg이 쪘어요. 다이어트나 피부 관리 같은 것에 대한 센스가 전혀 없던 저를 언니들은 마냥 귀여워해줬죠. 아마 50명의 참가자 중에 제가 거의 꼴등이었던 것 같아요.”
하루에 많으면 다섯 끼도 먹었다는 아덴의 얼굴에서 볼이 미어터지도록 김밥과 라면을 물고 있던 헌트릭스 멤버들의 귀여운 얼굴이 연상됐다. 그러나 이때의 경험이 아덴에게 에피소드로만 남은 건 아니다. “모델, 배우 등 어릴 때부터 꾼 꿈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 온 한국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어요. 저도 진지하게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언젠가 한국에서 일 하려면 한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그 때만 해도 한국어로 자기소개조차 하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힘들고, 속상한 순간도 많았죠.”
그렇게 대학교 졸업 후 연기 커리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렇게 쓰면 밝고 낙천적인 한국계 소녀의 성공기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아덴의 여정은 녹록지 않았다. 텍사스에서 태어나 미네소타, 일리노이를 전전하며 자라온 아덴은 학교에서 유일한 동양인인 경우도 있었다. “너무 외로웠어요. 학생 때도 아무도 저를 이성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았고,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컴플렉스가 생겼어요. 나조차 TV 속 백인 얼굴을 아름답게 느꼈으니까요. 우리가 보는 게 결국 현실이기 마련인데, 제 현실에는 동양인이 없었죠. 팬이 생겨도 항상 다른 배우보다 외적으로 매력이 없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어요.”



한복 드레스는 Danha.


일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일을 해왔음에도, 동양인으로 미국에서 연기하고 싶으면 작은 역할에도 만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어요. 더 큰 역할을 하고 싶으면 너네 나라 가서 주인공 하라는 이야기도 들었죠. 전 미국 국적인데요.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럼도 아덴은 계속 나아갔다. 그러나 가장 큰 고비는 뜻밖에도 가장 큰 기회 앞에서 찾아왔다. 바로 넷플릭스 시리즈 〈파트너 트랙〉이다. 이 시리즈에서 아덴은 대기업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펌 변호사 잉그리드 윤을 연기한다. 대만계 미국인인 헬렌 완(Helen Wan)의 소설 원작인 주인공을 한국계 미국인의 이야기로 바꾸고, 서울과 잡채가 언급되며, 가족과의 대화에서는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튀어나오는 이 쇼에서 잉그리드는 완벽하게 드라마를 견인한다. 마치〈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처럼 말이다!
시즌 1에서 뉴욕 사교계 최고의 신랑감, 런던에서 온 섹시한 동료 변호사와 사랑에 빠졌던 잉그리드는 시즌 2에서 동양인 백만장자이자, 환경주의자인 ‘쿨’한 캐릭터 ‘Z(데스몬드 치암)’와 로맨스를 펼칠 예정이었으나, 시즌2 제작이 취소되고 만다. “정말 멋진 아시안 커플을 보여줄 수 있었거든요. 시즌 2부터는 둘의 로맨스는 물론이고 소수자인 잉그리드 친구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었어요. 드라마가 캔슬됐을 때 생각했어요. 아, 우리가 기회를 놓쳤구나. 너무나 속상했고, 여기까지인가 싶었어요. 처음으로 은퇴를 생각했죠.” 그렇기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향해 쏟아지는 지금의 사랑이 각별하다. “백인 아이들, 남자들이 다 노래에 맞춰 춤추고 있어요. 정말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니까요?”
이 성공은 아덴에게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동양인 여성으로서 가시화(Representation)되는 것만 고민했다면, 지금은 방향을 찾은 느낌이에요. 미국과 한국 스태프가 힘을 합쳐 양쪽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문화적으로 전달하는 거죠. 저는 지금도 배우고 있어요.” 악령이었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흔적을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감추며 고군분투했던 루미는 영화의 끝을 장식하는 ‘What it sounds like’의 가사처럼 결국 자신을 받아들인다. “영화를 볼 때마다 울어요. 루미처럼 저도 저를 숨겼거든요.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것도, K팝을 좋아하는 것도 왠지 감춰야 할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결국 루미도, 미라랑 조이도 자신을 인정하고 다 함께 노래 부르며 자신과 세상을 구하잖아요. 다행히 지금 세대는 달라요. 어릴 때부터 다른 동양인을 유튜브나 K팝, 드라마를 통해 보며 자라니까요. 그러니까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를 의심하지 않고. 심지어 한국인인 걸 자랑스러워하기도 하죠. 그런 만큼 저도 그들에게 좋은 모델로서 영향력을 주고 싶어요. 정말 지난 몇 년간 많은 게 바뀌었음을 느껴요.”
얼마 전 1년 8개월간 만난 연인과 약혼을 발표한 아덴은 확실히 삶의 새로운 기점을 마주한 것처럼 보인다. 헌트릭스가 세상에 전한 씩씩한 노래 가사처럼 아덴이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뭘까? 아덴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Don’t judge yourself! 돌아보면 나를 가두고,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건 늘 나 자신이었어요. 우리는 우리를 믿어야 해요. 물론 지칠 수도 있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제 다음 작품이 어떤지 아세요? 주인공 여덟 명이 여자이고, 심지어 모두 동양인이에요. 이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예요. 왜냐하면 이제 알거든요. 아무것도 늦지 않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