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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경기 부양이 필요하지만,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과 가계부채 급증 탓에 당장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8월보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다. 그때보다 걱정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이 총재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퍼지고 있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과 관련 “혼선”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 서브프라임대책 은행을 중심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가계부채 상황을 보면 지난해 여름과 비슷하다. 현 대책이 집값을 잡을 수 있겠지만 지역별 풍선효과 우려도 있다.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어떻게 보나?
“지난해 8월에 비해 차이점은 수도권에 집중돼서 (아파트값이) 올라가는 속 부산상호저축은행이율 도가 더 빠르다. 정도로 따지면 지금이 더 심하다. 그때보다는 걱정을 많이 하는 상황이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으면 여러 정책을 해야할 거 같다. 서울 지역에 유입되는 걸 막는 정책을 정부가 생각하고 있어 제가 구체적인 내용 말하기보다는 정부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씀드리겠다.”
―최근 여당에서 총재의 가계부채 관리 당부에 대해서 ‘ 고정이하여신비율 오지랖이 넓다’고 비판했다. 구조개혁에 대한 언급도 한은 총재 본분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한국은행이 하는 일과 관련해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한은 입장에서 (최근 잇따라 내놓는) 구조개혁 보고서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책무와 관련된 거다. 우리 임무에 따라 연구를 해 나갈 것이다.”
성남통합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은 언제인가. 향후 두 달 동안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 선행지표를 통해 두 달 뒤 가계부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 그 전이라도 선제로 금리를 내릴 수 있나?
“가계부채 규모는 이전에 계약된 것이 있어 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어떻게 될지가 문제다. 생각보다 많이 아파트담보대출이율 올라가면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출받으려는 수요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금리를 내리려면) 가격이 좀 잡혀야 한다. 이뿐 아니라 8월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이 1% 이상 될지, 반대로 많이 떨어질지를 준비할 수 있다. 나쁜 시나리오는 관세는 관세대로 크게 오르고 부동산 가격도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응하는 차원의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오히려 달러의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취지로 말하는 건가.
“오해가 많은 것 같다. 한은은 처음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적극적이었다. 필요하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방식과 규제 방법이 관건이다. 비은행 금융기관이 이를 도입하도록 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첫째, 은행·비은행을 막론하고 다수의 민간 화폐가 만들어지는데, 화폐 가치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자본금이 10억원인 회사와 은행의 가치가 같다고 볼 수 없다. 혼선이 생길 수 있다. 통화정책을 펴기도 어렵다. 그러면 다시 중앙은행 시스템으로 돌아오는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믿을 만한 은행을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생각이다.
둘째, 무분별한 도입을 허용하면 (우회적인 외환거래 경로가 형성되는 등) 한국의 외환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 셋째, 비은행 금융기관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것은 비은행이 지급결제업을 하도록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같은 업무에는 같은 규제가 적용되는데 은행 규제는 굉장히 강하다. 비은행이 코인을 발행하겠다면서 규제는 안 받겠다는 것은 이상하다. 이 문제는 한은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가 같이 해야 한다.”
―한은의 디지털 화폐(CBDC) 사업인 ‘한강 프로젝트’가 보류된 이유는.
“이를 둘러싼 다양한 보도를 보고 화가 많이 났다. 믿을 만한 은행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도록 하자는 게 한은의 예금 토큰 실험이었다. 두어 차례 실험을 한 뒤 상용화하는 로드맵이 있었지만, 국내 비은행 금융기관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퍼졌고, 은행들은 자기들이 중심이 되는 게 맞는지 확답이 있어야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발행을 은행으로 제한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은 한은 권한 밖이다. 그래서 기재부, 금융위, 정치권과 이야기해서 방향이 잡히면 다시 (실험을) 하자는 취지로 일시 중단한 것이다. 은행은 정부가 어느 쪽으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은의 사업을 따라오는 데에 거부감보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거다. 향후 정부와 이야기를 해서 부담감이 적어지면 그 뒤에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다.”
―경기 부양과 금융불균형(가계·기업·정부의 부채가 지나치게 많거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거품처럼 부풀어 있는 등의 상황) 해결이 상충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다른 수단이나 계획은 없나.
“성장을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에 낮추기 어렵다면 금리 정책 보완 수단으로 금융중개지원대출(한은이 시중은행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은행이 그 자금을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제도) 등을 쓰는 방법이 있다. 현재 같은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실제로 올 초에 한은이 그렇게 했다. 다만 당시에는 쓸 수 있는 몫이 있었는데 지금은 쓸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금융 당국 조직개편 논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조직 개편은 필요하다. 현재 가계부채는 20년 동안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왜 생겼겠나. 거시 건전성 정책의 실제 집행이 강하게 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기재부, 금융위, 금융감독원, 그리고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논의하고, 특히 한은이 목소리를 높여서 강력하게 집행되도록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2차 추가경정예산안 규모가 예상보다 크고, 집행 속도도 빠르다. 올해 1% 성장률이 가능할까.
“지난 5월 기준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예측한 상황이다. 1·2차 추경이 각각 국내총생산(GDP)을 0.1%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1차는 이미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에) 반영돼 있으니 (2차까지 반영하면) 0.9% 정도다. 최근 자료를 보면 5월에 생각한 것보다 소비는 좀 더 좋아졌고, 반도체가 좋아서 수출도 좋게 나오고 있다. 플러스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건설은 생각보다 더 나빠 (앞의 플러스 요인을) 상쇄시키는 면이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미국의 상호관세율이 기존 10%보다 내려갈지, 25%에서 올라갈지 (유예 기한인) 8월1일이 돼야 안다. 우리는 수출 생산기지가 있는 베트남,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과 유럽연합(EU) 관세가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하다.”
―하반기 미국 금리를 어떻게 전망하나.
“미 연방준비제도(Fed) 여러 회의록 등을 보면 구성원 간 (금리 인하에 대한) 의견이 나누어진 걸 알 수 있다. 10월에 미국이 금리를 내릴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이 미리 (금리를) 내리면 (우리로서는) 부담이 적은데 사실은 한-미 금리 차이가 기계적으로 얼마 이상이면 안 된다는 그런 것은 없다. 달러는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 같고 그 경향성 안에서 움직인다. 미국 금리에 대한 통화정책상 의존도가 예전보다 낮아졌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