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제작: 손예지


■"2일이면 신제품 '뚝딱'"…미국 실리콘밸리보다 로봇 부품 5배 빠르게 내놔
과일 리치의 '성도'로 이름난 중국 광둥성 둥관시 쑹산호수.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쑹산의 리치를 긴급 조달했다는 얘기가 전해올 정도로, 이곳은 지난 수백 년간 농업으로 유명했던 고장입니다.
지난 10일 직접 찾은 쑹산호수 일대의 모습은 과거 '리치의 고장'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쑹산호 끝단에는 중국 최대 가전 기업 '화웨이' 터미널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연구개 오션릴게임 발 기능을 중심으로 쑹산호 일대에서 생산되는 가전 부품을 조달하는 역할까지 해 '터미널'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입니다. 이 외에도 쑹산호 둘레 도로를 따라 여러 연구 개발 시설과 기업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습니다.
이렇게 모여든 기업은 쑹산호 반경 50km 이내에 22만 곳에 달합니다.

스진보/리췬 바다이야기온라인 테크놀로지(산업용 로봇 )CEO
"우리가 창업할 때 몇 가지 측면을 고려했습니다. 하나는 쑹산호가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재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특별히 마련했다고 느꼈습니다."


둥관시는 혁신기업들을 쑹산호로 끌어모으기 위해 ▲첫해 릴게임뜻 사무실 임대료를 면제하고 이후 3년 동안은 50% 할인 혜택을 줍니다. 또 주변 연구 기관과 연계해 ▲ 신기술 기업들이 시제품을 무료로 테스트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여기에 성 정부 차원의 신기술 개발 기관이 18곳, 중국 안팎의 저명한 과학자 500여 명으로 구성된 '싱크탱크'도 있습니다. 둥관이공대학교와 홍콩시립대학 오션릴게임 교 등 대학 6곳도 쑹산호 주변에 밀집해 있습니다.

쾅정/매트릭스(로봇 피부 제조업체) CEO
"우리에게 필요한 인턴과 석박사를 요청하면 쑹산호위원회에서 화남이공대와 선전대학, 둥관이공대 등과 연계해 적합한 인재를 보내줍니다."



릴게임황금성'연구-실험-양산'의 완벽한 산업 사슬을 갖춘 겁니다. 이 덕에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완성된 로봇 생태계는 '중국식 속도전'의 연료가 됐습니다.


쾅정/매트릭스(로봇 피부 제조업체) CEO"일반적으로 우리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후에 기초 도면을 그립니다. 이 도면을 쑹산호의 다른 공급 업체에 보내는데요. 업체가 샘플을 제작해 우리에게 보내주면 곧바로 선별해 제품으로 조립합니다. 상품 아이디어가 시제품으로 탄생하는데 2~3일이면 됩니다."



모건스탠리는 쑹산호 로봇 부품 단지에 입주한 기업이 상품을 고안해 완제품으로 내놓기까지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유럽보다 5~10배 빠르게 대응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개발 비용도 1/5에서 1/4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전에 디자인이 나오면 오후에 옷 샘플이 완성된다는 우리 동대문 의류 시장의 전성기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로봇 피부업체 CEO 쾅정 씨가 쑹산호 일대 업체에서 공급받는 로봇 부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촬영: 안용습 기자)


둥관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27년까지 로봇산업을 20조 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지능형 로봇 산업 가속화 행동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매진했다면, 이제는 그동안의 노력을 기반으로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거두는 단계를 노리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중국에 로봇 집적단지가 쑹산호 한 곳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선전, 광저우, 상하이를 선두로 중국 당국은 현재 22곳인 로봇 집적단지를 40곳까지 확대할 예정입니다.
중국 로봇 관련 기업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기준 로봇 관련 기업이 100만 곳을 넘어섰고, 올해 새로 개업한 기업만 20만 6천 곳에 달합니다.



그래픽:조은수


■로봇을 입은 인공지능...피지컬 AI로 달려가는 중국
우리에게는 로봇의 존재가 아직 낯설지만, 중국에서는 벌써 산업 현장에 인간형 로봇이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베이징 스징산구에는 '로봇 훈련소'가 문을 열었는데요. 축구장 2배 면적에 인간형 로봇 수십 대가 현장 적응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가정과 공장 등 16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빨래를 개거나 부품을 분류하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베이징 스징산구 로봇 훈련소에서 인간 선생님이 로봇의 동작을 교정하고 있다(출처: 인시차이징)


눈에 띄는 부분은 가상현실 기계를 착용하고 로봇 뒤를 따라다니며 로봇의 동작을 교정하는 '인간 선생님'의 존재입니다. 인간 선생님은 모션캡쳐 수트를 입고 자신이 시연한 동작을 로봇에게 이식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습니다. 훈련소는 현재까지 배출한 인간형 로봇이 현장에 적용됐을 때 정확도가 90%까지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는 이미 일부 공정에 인간형 로봇을 도입했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각기 다른 산업이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통합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이 로봇이라는 몸을 입은 겁니다. 최근 중국 로봇산업의 최대 화두는 이 '피지컬 AI'입니다.

왕싱싱/유니트리 CEO
"오늘날 가장 큰 과제는 AI가 구동하는 로봇이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로봇 공학을 위한 독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전문화된 AI 로봇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 무서운 점은 화웨이와 샤오미, 비야디 등 중국 대표 기술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화웨이는 휴대전화 운영 시스템인 '안드로이드'와 같은 범용 로봇 운영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비야디(BYD)는 전기차 제조 기술을 응용해 로봇용 배터리와 모터, 센서 등 로봇의 주요 부품 상용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여기에 샤오미는 자사 가전제품을 연결해 '샤오미 생태계'를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이 가정에 보급됐을 때 로봇의 적응을 돕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중국 당국이 가정용 로봇 보급을 서두르는 것과 맥이 닿아 있는데요. 공장이나 회사보다 돌발 상황과 장애물이 많은 가정 환경의 특성상 가정에 로봇이 보급됐을 때 인간형 로봇 기능 발전이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국 대표 기업들의 구상과 노력이 결실을 맺었을 때 중국 로봇 생태계는 얼마나 도약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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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 기자 (shiny33@kbs.co.kr)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