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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강보한
등록일: 26-01-28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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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언과 대해서라면 낮은 있던 시집갔을 군데군데 곳으로 기자 admin@no1reelsite.com수평의 미학을 보여준 나상진 건축가의 건축물이 스타벅스 매장이 됐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 입구. /사진=스타벅스 코리아
오스만튀르크 시절엔 '현자들의 학교', 17세기 영국에선 1페니 내고 논쟁적 대화에 참여하는 '페니대학'이라 불렸습니다. 오스트리아 신경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프랑스 철학가 장 폴 사르트르는 글을 쓰고 피카소는 예술을 말하며 계몽주의 사상가들에겐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커피'를 대전제로 사람들이 모이는 유형의 공간 바다신2 다운로드 , 우리는 '카페'라 합니다. 커피를 마시고 공간을 누리는 '끽(喫)'의 장소에서 이야기를 만끽(滿喫)합니다. 주말, 그 공간에서 '건축' 한 잔 어떠신가요.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높은 담장에 몸을 숨기듯 건축물은 보이지 않았다. 묵직한 대문이 열리고도 주차장 차고지로 향하는 옆문과 계단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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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오르는 계단의 끝선 뒤로 수평선의 건축물이 떠오르듯 시야로 들어온다. 마당엔 동남향의 햇볕이 내리쬐고 건물의 통창은 안과 밖을 연결한다.
집 주인은 이 집을 '동백꽃 까치내'라고 했다.
"'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살아가신 바다이야기하는법 조부모, 부모님의 뜻과 정신을 기리며 이 자리를 스쳐가는 많은 이의 추억도 동백나무의 나이테처럼 겹겹이 쌓여 가기를 소원합니다. 까치내는 우리 가족의 영원한 고향입니다. 2024년 8월 31일."
돌에 새긴 집 주인의 공간 이야기는 이제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공간이 됐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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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의 미학을 보여준 나상진 건축가의 건축물이 스타벅스 매장이 됐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 건물의 표지석. /사진=서윤경 기자
제분소댁, 별다방 매장 바다이야기게임방법 으로 남긴 이유 '나상진'
장충라운지R점의 집 주인이 말한 조부는 대선제분의 창업주인 고(故) 박세정 회장이다. 현재 집 주인은 박세정 회장의 손주인 대선제분 박선정 대표다.
대를 이어 살아가던 집을 스타벅스 매장으로 내어주기로 결정한 건 집 주인이다. 많은 이들에게 뜻깊은 공간이 되기를 바래서였다.
'나상진'이라는 이름도 이유가 됐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속 나상진은 '해방 이후 새나라자동차 부평공장, 경기도청사 등을 신축한 건축가'라고 기록돼 있다.
건축가 나상진/자료=월간 공간의 1973년 4월호
아쉽게도 그에 대해 알려진 이야기는 거의 없다. 150여개 그의 건축물 중 밀실정치 공간으로 사용되던 안가나 정부 관련 시설들이 다수를 차지했고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보안을 이유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건축계 첫 대규모 건축인 워커힐호텔의 설계 상임위원 대표를 지내고 1970년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까지 역임하고도 건축과 관련된 이론이나 작품적 이상을 글로 남긴 적도 없었다. 1973년 후두암으로 타계해 건축가로 활동한 기간도 짧았다.
그래서 몇 편의 논문과 과거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
2001년 대한건축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에서 발표한 '건축가 나상진의 작품활동에 관한 연구(윤인석·이행철 저)'와 2010년 한국건축역사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논문집에 수록된 '나상진(羅相振)과 그의 건축 활동에 대한 소고(김정동 저)' 등이다.
전북 김제 출신인 나상진은 1940년 전주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후 일본 건설회사에서 해방 때까지 경력을 쌓고 한국전쟁을 겪었다. 1952년 명동에 설계사무소를 열고 남대문 앞 그랜드호텔(1957)을 건축하면서 비로소 자기 색을 드러냈다. 1961년 5·16 군사정변과 맞물려 새나라자동차 부평공장(1961), 경기도청사(1963) 등의 대규모 건축을 설계해 급성장했다.
논문들은 나상진을 한국전쟁 이후 밀려 들어온 서구의 모더니즘 건축을 비판없이 받아들이기 보다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건축을 자기만의 감성으로 구현하려고 고민한 건축가라 설명했다.
건물과 대지의 자연스러운 만남, 새로운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 친숙한 마감재의 사용도 그의 특징이었다. 무엇보다 나상진의 건축을 설명하는 가장 함축적인 단어는 수평성이었다. 후암동성당의 띠창, 그랜드호텔과 대구 파티마 병원의 격자창 모두 수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건축 100년'에 선정된 현 어린이대공원 꿈마루(1968년)도 마찬가지다.
수평에 커피맛을 더한 곳…그래서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 외관. /사진=스타벅스 코리아
장충라운지R점의 대문과 건물에서도 나상진의 수평적 차경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적벽돌이나 시멘트 벽돌을 쌓아 만드는 연와조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 철근 콘크리트(RC)를 사용한 기둥식 구조인 라멘을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라멘구조는 기둥과 보(빔)를 뼈대로 하중을 지탱해 주택보다 빌딩 등에 사용한다.
장충라운지R점에 가면 1963년 당시 원본 설계도, 나상진이 직접 그린 주택 스케치와 축소 모형을 만나볼 수 있다.
장충라운지R점에 전시된 1963년 당시 원본 설계도와 나상진이 직접 그린 주택 스케치, 모형. /사진=스타벅스 코리아
스타벅스는 건물주의 제안을 받은 뒤 의미있는 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했다. 해법은 스페셜 매장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매장은 지난 2025년 3분기 공시 기준 2076개다. 지난 1월 2000개를 돌파해 일본의 매장수를 뛰어넘으면서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매장이 많은 나라가 됐다. 그 중 스페셜 매장은 전국에 14개 뿐이다.
신용아 스타벅스 코리아 스토어전략팀장은 "2000여개 일상의 매장에선 수익이 충분히 발생하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의 기능도 한다"면서 "스페셜 매장의 핵심은 유럽의 커피하우스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 외에 경험을 주는 공간이 되도록 고민했고 투자도 과감히 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은 지난해 12월 24일 방송된 tvN 예능 '유퀴즈 온더 블록'의 촬영 장소로 사용됐다./사진=tvN '유퀴즈' 캡처
그렇게 시장 안 매장, 첨단 기술을 결합한 매장 등이 나왔다. 장충라운지R점은 1960~80년대 부자들의 삶을 연상할 수 있는 주택에 고급스러운 미드센추리(모던)를 더하기로 했다. 나상진의 건축 스타일에 현대적 감각을 입히는 동시에 '옛 모습을 지켜달라'며 건축주가 당부한 2층 벽난로, 계단과 일부 벽은 보존에 공을 들였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방송사 장소로 섭외될 뿐 아니라, 고객들 반응도 연령에 상관없이 뜨거웠다. 특히 젊은 세대가 '새롭다'며 호응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장충라운지R점의 20대 고객 비중은 일반 매장 대비 약 10% 많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자체적으로 바이럴이 된다는 게 특이사항"이라고 전했다.
차고지는 커피 대신 팝업 스토어 장소로 활용된다. 팝업이 열리지 않을 때는 벽면에 그려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진=서윤경 기자
차고지는 커피 대신 팝업 스토어 장소로 활용된다. 팝업이 열리지 않을 때는 벽면에 그려진 작품을 AR로도 만날 수 있다. /영상=서윤경 기자
세부적으로 보면 차고지는 특색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 팀장은 "차고지로 등록돼 있어 커피를 만들고 마실 수 없다. 대신 팝업 공간으로 사용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는 2004년까지 10여년간 방송된 미국 드라마 '프렌즈'와 관련해 팝업을 운영 중이다. 자동차 브랜드와도 차고지 특성에 맞는 전시를 했다. 팝업이 없을 때는 벽면에 그려진 작품을 증강현실로 만나는 전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차고에서 건축주가 보존을 요청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나온다. 계단 손잡이에도 스타벅스의 숨은 노력이 담겨 있다.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계단과 손잡이는 그대로 남겼다. 대신 안전을 위해 보이지 않는 중간 보드에 기둥을 덧대 높이를 높였다. 계단이 다다르는 끝에 건축 당시 걸려있던 샹들리에가 보인다. /사진=서윤경 기자
신 팀장은 "원래 이 계단 손잡이 높이는 750~800㎜였다. 그런데 사람들 키가 커지고 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달라진 기준인 900㎜를 지켜야 했다"면서 "계단 손잡이를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부수고 새로 만드는 것인데 옛 느낌이 사라진다는 게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힘든 작업을 선택했다"며 "손잡이 부분과 계단에 고정하는 기둥의 중간에 패널이 있는데 그 패널 안에 높이를 연장할 기둥을 삽입해 전체 높이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주택의 특성도 담아냈다.
방, 거실, 서재 등 공간을 구분하던 벽체를 뜯어내면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지만, 과감히 포기했다. 방과 복도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공간이 쪼개져 답답할 거란 우려도 기우였다. 통창은 1층의 정원, 2층의 베란다로 연결돼 개방감을 줬다. 천정을 뜯어내고 드러난 서까래 구조엔 석고보드를 씌워 층고를 높였다.
건축주의 요청으로 처음 모습 그대로 남긴 벽난로와 층고를 높이기 위해 천정을 뜯어내자 드러난 서까래. /사진=서윤경 기자
방마다 콘셉트도 부여했다. 가령 2층 리딩룸은 서재나 음악감상 공간 느낌이 나도록 조명은 낮추고 스피커 음량은 높였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리딩룸은 일반 매장 대비 고사양 스피커로 출력값이 약 25% 정도 높다. 음량이 풍성해 공간 콘셉트를 극대화한다"고 했다.
소품도 공간에 맞게 배치했다. 벽난로가 있는 방은 가족들이 모이는 공간인 점을 감안해 커다란 소파를 배치하는 식이다.
옛 느낌이 나도록 바의 상판과 화장실 개수대, 컨디먼트바의 상판에 벽난로 벽면의 소재와 유사한 형태의 초록색 대리석을 사용했다. /사진=서윤경 기자
인테리어 소재도 신경을 썼다. 가령 커피바의 상판, 사용한 컵 등을 반납하는 컨디먼트바 상판, 화장실 개수대는 건축주 요청으로 남겨둔 벽난로 공간의 초록색 대리석 벽면과 유사한 색상과 소재를 사용했다. 오래된 느낌에 통일감이 부여됐다.
스타벅스가 나상진의 주택을 남겨두는 데 공을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신 팀장은 "건축 자체가 역사가 된다. 이런 의미있는 건축물은 남겨두고 모두가 경험하기를 바랬다"고 강조했다.
제안할 '꿀팁'
장충라운지R과 인접한 곳에 있는 김수근의 경동교회, 김중업의 서산부인과 건물과 자하 하디드의 DDP. /사진=서윤경 기자·구글맵
공교롭게도 장충라운지R점 인근엔 대표적인 건축 거장의 건축물들이 곳곳에 있다.
적벽돌로 기도하는 손을 형상화한 김수근의 건축물인 경동교회, 출산 공간에 맞게 남녀 생식기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김중업의 서산부인과(현 아리움 사옥)다.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받은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DDP도 볼 수 있다. 모두 반경 500m 안에 있다.
커피 한잔과 함께 건축 투어를 떠나보면 어떨까. 그래서 다음에 갈 곳은 김중업, 김수근의 건축이 카페로 변신한 곳이다.
장충라운지R 개요./그림=서윤경 기자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오스만튀르크 시절엔 '현자들의 학교', 17세기 영국에선 1페니 내고 논쟁적 대화에 참여하는 '페니대학'이라 불렸습니다. 오스트리아 신경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프랑스 철학가 장 폴 사르트르는 글을 쓰고 피카소는 예술을 말하며 계몽주의 사상가들에겐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커피'를 대전제로 사람들이 모이는 유형의 공간 바다신2 다운로드 , 우리는 '카페'라 합니다. 커피를 마시고 공간을 누리는 '끽(喫)'의 장소에서 이야기를 만끽(滿喫)합니다. 주말, 그 공간에서 '건축' 한 잔 어떠신가요.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높은 담장에 몸을 숨기듯 건축물은 보이지 않았다. 묵직한 대문이 열리고도 주차장 차고지로 향하는 옆문과 계단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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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오르는 계단의 끝선 뒤로 수평선의 건축물이 떠오르듯 시야로 들어온다. 마당엔 동남향의 햇볕이 내리쬐고 건물의 통창은 안과 밖을 연결한다.
집 주인은 이 집을 '동백꽃 까치내'라고 했다.
"'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살아가신 바다이야기하는법 조부모, 부모님의 뜻과 정신을 기리며 이 자리를 스쳐가는 많은 이의 추억도 동백나무의 나이테처럼 겹겹이 쌓여 가기를 소원합니다. 까치내는 우리 가족의 영원한 고향입니다. 2024년 8월 31일."
돌에 새긴 집 주인의 공간 이야기는 이제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공간이 됐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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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의 미학을 보여준 나상진 건축가의 건축물이 스타벅스 매장이 됐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 건물의 표지석. /사진=서윤경 기자
제분소댁, 별다방 매장 바다이야기게임방법 으로 남긴 이유 '나상진'
장충라운지R점의 집 주인이 말한 조부는 대선제분의 창업주인 고(故) 박세정 회장이다. 현재 집 주인은 박세정 회장의 손주인 대선제분 박선정 대표다.
대를 이어 살아가던 집을 스타벅스 매장으로 내어주기로 결정한 건 집 주인이다. 많은 이들에게 뜻깊은 공간이 되기를 바래서였다.
'나상진'이라는 이름도 이유가 됐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속 나상진은 '해방 이후 새나라자동차 부평공장, 경기도청사 등을 신축한 건축가'라고 기록돼 있다.
건축가 나상진/자료=월간 공간의 1973년 4월호
아쉽게도 그에 대해 알려진 이야기는 거의 없다. 150여개 그의 건축물 중 밀실정치 공간으로 사용되던 안가나 정부 관련 시설들이 다수를 차지했고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보안을 이유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건축계 첫 대규모 건축인 워커힐호텔의 설계 상임위원 대표를 지내고 1970년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까지 역임하고도 건축과 관련된 이론이나 작품적 이상을 글로 남긴 적도 없었다. 1973년 후두암으로 타계해 건축가로 활동한 기간도 짧았다.
그래서 몇 편의 논문과 과거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
2001년 대한건축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에서 발표한 '건축가 나상진의 작품활동에 관한 연구(윤인석·이행철 저)'와 2010년 한국건축역사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논문집에 수록된 '나상진(羅相振)과 그의 건축 활동에 대한 소고(김정동 저)' 등이다.
전북 김제 출신인 나상진은 1940년 전주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후 일본 건설회사에서 해방 때까지 경력을 쌓고 한국전쟁을 겪었다. 1952년 명동에 설계사무소를 열고 남대문 앞 그랜드호텔(1957)을 건축하면서 비로소 자기 색을 드러냈다. 1961년 5·16 군사정변과 맞물려 새나라자동차 부평공장(1961), 경기도청사(1963) 등의 대규모 건축을 설계해 급성장했다.
논문들은 나상진을 한국전쟁 이후 밀려 들어온 서구의 모더니즘 건축을 비판없이 받아들이기 보다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건축을 자기만의 감성으로 구현하려고 고민한 건축가라 설명했다.
건물과 대지의 자연스러운 만남, 새로운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 친숙한 마감재의 사용도 그의 특징이었다. 무엇보다 나상진의 건축을 설명하는 가장 함축적인 단어는 수평성이었다. 후암동성당의 띠창, 그랜드호텔과 대구 파티마 병원의 격자창 모두 수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건축 100년'에 선정된 현 어린이대공원 꿈마루(1968년)도 마찬가지다.
수평에 커피맛을 더한 곳…그래서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 외관. /사진=스타벅스 코리아
장충라운지R점의 대문과 건물에서도 나상진의 수평적 차경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적벽돌이나 시멘트 벽돌을 쌓아 만드는 연와조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 철근 콘크리트(RC)를 사용한 기둥식 구조인 라멘을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라멘구조는 기둥과 보(빔)를 뼈대로 하중을 지탱해 주택보다 빌딩 등에 사용한다.
장충라운지R점에 가면 1963년 당시 원본 설계도, 나상진이 직접 그린 주택 스케치와 축소 모형을 만나볼 수 있다.
장충라운지R점에 전시된 1963년 당시 원본 설계도와 나상진이 직접 그린 주택 스케치, 모형. /사진=스타벅스 코리아
스타벅스는 건물주의 제안을 받은 뒤 의미있는 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했다. 해법은 스페셜 매장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매장은 지난 2025년 3분기 공시 기준 2076개다. 지난 1월 2000개를 돌파해 일본의 매장수를 뛰어넘으면서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매장이 많은 나라가 됐다. 그 중 스페셜 매장은 전국에 14개 뿐이다.
신용아 스타벅스 코리아 스토어전략팀장은 "2000여개 일상의 매장에선 수익이 충분히 발생하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의 기능도 한다"면서 "스페셜 매장의 핵심은 유럽의 커피하우스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 외에 경험을 주는 공간이 되도록 고민했고 투자도 과감히 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은 지난해 12월 24일 방송된 tvN 예능 '유퀴즈 온더 블록'의 촬영 장소로 사용됐다./사진=tvN '유퀴즈' 캡처
그렇게 시장 안 매장, 첨단 기술을 결합한 매장 등이 나왔다. 장충라운지R점은 1960~80년대 부자들의 삶을 연상할 수 있는 주택에 고급스러운 미드센추리(모던)를 더하기로 했다. 나상진의 건축 스타일에 현대적 감각을 입히는 동시에 '옛 모습을 지켜달라'며 건축주가 당부한 2층 벽난로, 계단과 일부 벽은 보존에 공을 들였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방송사 장소로 섭외될 뿐 아니라, 고객들 반응도 연령에 상관없이 뜨거웠다. 특히 젊은 세대가 '새롭다'며 호응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장충라운지R점의 20대 고객 비중은 일반 매장 대비 약 10% 많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자체적으로 바이럴이 된다는 게 특이사항"이라고 전했다.
차고지는 커피 대신 팝업 스토어 장소로 활용된다. 팝업이 열리지 않을 때는 벽면에 그려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진=서윤경 기자
차고지는 커피 대신 팝업 스토어 장소로 활용된다. 팝업이 열리지 않을 때는 벽면에 그려진 작품을 AR로도 만날 수 있다. /영상=서윤경 기자
세부적으로 보면 차고지는 특색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 팀장은 "차고지로 등록돼 있어 커피를 만들고 마실 수 없다. 대신 팝업 공간으로 사용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는 2004년까지 10여년간 방송된 미국 드라마 '프렌즈'와 관련해 팝업을 운영 중이다. 자동차 브랜드와도 차고지 특성에 맞는 전시를 했다. 팝업이 없을 때는 벽면에 그려진 작품을 증강현실로 만나는 전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차고에서 건축주가 보존을 요청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나온다. 계단 손잡이에도 스타벅스의 숨은 노력이 담겨 있다.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계단과 손잡이는 그대로 남겼다. 대신 안전을 위해 보이지 않는 중간 보드에 기둥을 덧대 높이를 높였다. 계단이 다다르는 끝에 건축 당시 걸려있던 샹들리에가 보인다. /사진=서윤경 기자
신 팀장은 "원래 이 계단 손잡이 높이는 750~800㎜였다. 그런데 사람들 키가 커지고 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달라진 기준인 900㎜를 지켜야 했다"면서 "계단 손잡이를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부수고 새로 만드는 것인데 옛 느낌이 사라진다는 게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힘든 작업을 선택했다"며 "손잡이 부분과 계단에 고정하는 기둥의 중간에 패널이 있는데 그 패널 안에 높이를 연장할 기둥을 삽입해 전체 높이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주택의 특성도 담아냈다.
방, 거실, 서재 등 공간을 구분하던 벽체를 뜯어내면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지만, 과감히 포기했다. 방과 복도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공간이 쪼개져 답답할 거란 우려도 기우였다. 통창은 1층의 정원, 2층의 베란다로 연결돼 개방감을 줬다. 천정을 뜯어내고 드러난 서까래 구조엔 석고보드를 씌워 층고를 높였다.
건축주의 요청으로 처음 모습 그대로 남긴 벽난로와 층고를 높이기 위해 천정을 뜯어내자 드러난 서까래. /사진=서윤경 기자
방마다 콘셉트도 부여했다. 가령 2층 리딩룸은 서재나 음악감상 공간 느낌이 나도록 조명은 낮추고 스피커 음량은 높였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리딩룸은 일반 매장 대비 고사양 스피커로 출력값이 약 25% 정도 높다. 음량이 풍성해 공간 콘셉트를 극대화한다"고 했다.
소품도 공간에 맞게 배치했다. 벽난로가 있는 방은 가족들이 모이는 공간인 점을 감안해 커다란 소파를 배치하는 식이다.
옛 느낌이 나도록 바의 상판과 화장실 개수대, 컨디먼트바의 상판에 벽난로 벽면의 소재와 유사한 형태의 초록색 대리석을 사용했다. /사진=서윤경 기자
인테리어 소재도 신경을 썼다. 가령 커피바의 상판, 사용한 컵 등을 반납하는 컨디먼트바 상판, 화장실 개수대는 건축주 요청으로 남겨둔 벽난로 공간의 초록색 대리석 벽면과 유사한 색상과 소재를 사용했다. 오래된 느낌에 통일감이 부여됐다.
스타벅스가 나상진의 주택을 남겨두는 데 공을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신 팀장은 "건축 자체가 역사가 된다. 이런 의미있는 건축물은 남겨두고 모두가 경험하기를 바랬다"고 강조했다.
제안할 '꿀팁'
장충라운지R과 인접한 곳에 있는 김수근의 경동교회, 김중업의 서산부인과 건물과 자하 하디드의 DDP. /사진=서윤경 기자·구글맵
공교롭게도 장충라운지R점 인근엔 대표적인 건축 거장의 건축물들이 곳곳에 있다.
적벽돌로 기도하는 손을 형상화한 김수근의 건축물인 경동교회, 출산 공간에 맞게 남녀 생식기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김중업의 서산부인과(현 아리움 사옥)다.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받은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DDP도 볼 수 있다. 모두 반경 500m 안에 있다.
커피 한잔과 함께 건축 투어를 떠나보면 어떨까. 그래서 다음에 갈 곳은 김중업, 김수근의 건축이 카페로 변신한 곳이다.
장충라운지R 개요./그림=서윤경 기자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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